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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6 " 어린 시절 나의 꿈은?"

  • 작성자 운영자
  • 등록일 2021.02.01
  • 조회수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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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6 " 어린 시절 나의 꿈은?"
[꼭 뭔가 되지 않아도]


뭉뚱그려 ‘꿈’이라고는 하지만, 꿈이라는 단어에서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맥락을 읽곤 합니다. 누군가는  멋진 직업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갖고 싶은 것들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이루고 싶은 업적을 상상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어른들의 질문에 답해야 했던 꿈은 보통 ‘장래 희망’이라는 칸을 한 단어의 명사로 채우는 일이곤 했죠. 그게 참 난감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커서 뭐가 ‘되기’를 꿈꿔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뭘 고를 수 있는지, 꼭 지금 골라야 하는지 영 헷갈려서.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그때그때 숙제 해치우듯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거로 대강 정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의 꿈들은 각자가 처했던 성장 배경, 그리고 사회적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또래 분위기를 따라 과학자를 꿈꾸기도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걸 깨닫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기도 하고, 집 앞 도랑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간절히 타보고 싶다는 꿈도 꿨죠. 간호사, 선생님, 형사, 대통령, 가수, 정치인 등 내가 현실에서 혹은 TV에서 만나는 인상적인 어른을 보며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빨간 자전거가 멋있어 보여 우체부가 되고 싶고,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아 개그맨이 되고 싶고, 방과 후 활동으로 제빵을 배워 본 경험으로 파티셰에 관심을 보이고, 슈퍼맨이 된 것처럼 보자기를 두르고 다니기도 하고, 어디선가 현모양처라는 말을 배워 어쩌다 그게 답이 되기도 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어른 시절의 꿈을 다시 묻는다면, 어떤 답들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한 단어의 명사로 딱 떨어지는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이 아닌 동사로 꾸는 꿈, 문장으로 꾸는 꿈, 어른이 된 지금의 꿈. 피아니스트는 진작에 물 건너갔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건 여전히 꿀 수 있는 꿈일 거고요. 정치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기여할 만한 정치적인 참여를 지금 할 수도 있겠죠.

누구나 끄덕이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그럴듯한 ‘무엇’이 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요. 살다 보니 꼭 뭔가 되지 않아도, 그냥 아무나 되어도, 여전히 꿈꾸며 그럭저럭 사는 데 별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지금 제 꿈은 척추가 꼿꼿하고 무릎 관절이 튼튼한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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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정윤주 2021-02-05 09:22:18 (ip: 183.108.*82)
꿈 얘기를 할 때마다 한국사 교육의 큰 별..ㅋㅋㅋ 최태성(a.k.a큰별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항상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의 꿈은 '명사'가 아닙니다. '동사'여야 합니다."

한창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고3과 대학생 시절에 들었던 말이라 더욱 강하게 남은 것 같아요!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왜 공부하는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서광원 2021-02-02 15:08:05 (ip: 211.193.*56)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날짜로 쪼게고, 하나씩 실행에 가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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