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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19 '나에게 휴식이란?'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5.03
  • 조회수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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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19 '나에게 휴식이란?'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김민지님께서 올려주신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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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나무 그늘 가꾸기

‘휴식’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퍽 안온한 기분이 듭니다. 저는 봄가을이면 돗자리를 둘러메고 집밖에 나서곤 하거든요. 그리곤 원주천 둔치나 남산공원 같은 곳에 누워 양껏 볕을 쬐며 빈둥거리는 거예요. 종종 책을 읽다가 얼굴에 덮은 채 짧은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괴발개발 낙서를 하기도 하면서요. 맑은 한낮의 햇살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건 프리랜서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물론 마감의 압박에 밤샘 작업이라는 대가가 따르지만요.

휴식. 낱말을 곱씹어봅니다. ㅎ도 ㅅ도 모두 마찰음이어서, 숨을 편하게 내쉬다가 빙그레 웃으며 흩어 보내는 느낌이 듭니다. 뜻과 참 잘 어울리는 발음이란 생각이 들어요.

휴식은 ‘쉴 휴(休)’와 ‘숨 쉴 식(息)’이 더해진 한자어입니다. 단순히 풀이를 해보자면 ‘숨 쉬는 것조차 쉰다’는 뜻이 되겠네요. 아주아주 편안하고 느슨한 그림이 떠오릅니다. ‘쉰다’는 우리말 용언이 휴식과 숨쉬기 둘 다에 사용된다는 점도 꽤나 의미심장하게 느껴지지만, 그보다 한자의 직관적인 형상에 문득 마음을 두어 봅니다. 사람[亻]이 나무[木] 그늘에 앉아[休], 마음[心] 위에 스스로[自]를 두는[息] 것. 휴식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에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지요.

그러니까, 휴식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두는 방법입니다. 누군가는 몸을 천천히 움직여보곤 하죠. 산책을 하거나, 요가를 하면서요. 누군가는 뭔가를 보고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예능이나 드라마, 오래된 영화나 책 같은 것들을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휴식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각들을 찾아내게 됩니다. 때로는 깊이 침잠하면서요. 그래서 휴식할 때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물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있다면 함께도 괜찮죠. 오랜만에 술 한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소소한 근황도 나누어 보면서요. 그러나 타인이 함께하는 자리를 통해서도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텝니다.

우리의 일상은 아주 복잡합니다. 녹록지 않은 생계, 치열한 경쟁과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함, 온갖 매체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사건 사고와 갈등…. 하루하루가 그저 평온하기만 한 현대인이 있을까요?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속 살아나갈 힘을 얻기 위해서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쉴 수도 없습니다.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출’ 때에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잘 쉬어야만, 우리는 일에 골똘히 정성을 쏟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꺼이 나무 그늘을 더 아늑하고 풍성하게 가꾸어 보는 게 어떨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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