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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2 '원주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은?'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5.24
  • 조회수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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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2 '원주에서 산책하기 좋은 곳은?'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고우림님께서 올려주신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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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난 후에야 이 도시를]

때때로 걷기는 사색과 동의어처럼 느껴집니다.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거든요. 본능처럼 다리 놀리는 것을 제외한다면, 주변의 환경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꾸 흩뜨려 나갈 뿐이죠. 한바탕 걷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 해보신 적이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산책’이라는 낱말을 아주 사랑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산책을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한자를 뜯어보면 걷는다는 뜻의 글자는 아닙니다. 흩을 산(散)에 헤아릴 책(策), 생각을 헤아려 흩어버리는 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걷기를 이토록 완벽하고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니, 이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저의 산책들을 떠올려봅니다. 먼저, 수 년 전 저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스페인에 있는 카톨릭 성지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길을 일컫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루트는 프랑스 남서부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는 ‘프랑스 길’입니다. 약 780km, 보통 매일 25km 내외를 걸어 꼭 한 달이 걸리는 코스예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걷기 여행길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8kg가 조금 못 되는 배낭을 메고 도합 33일을 걸었습니다.

순례길 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만, 그중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이 바로 걷기의 감각입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두 다리의 무게, 발과 땅바닥이 닿는 소리,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날씨의 색깔, 피부에 닿는 바람의 밀도와 냄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목마름 같은 것들이요. 걸을 때 제 움직임은 오로지 저의 의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거대한 산과 들의 모습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채워나감에 따라 변화해가는 경험. 그 감각은 제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원래부터도 곧잘 산책하는 사람이었지만, 순례길을 다녀온 후로는 정말로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걷고 싶다는 욕망에 가득차 이듬해 여름에는 제주올레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올레길을 만든 사람도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었다고 하더군요. 순례길을 걷다 보니 바다가 있는 고향 풍경이 그리워져 돌아와 길을 만들었다고요. 문득 저도 제 고향, 원주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걷다 보면, 차를 타고 지날 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걷기는 아주 느리니까요. 발견은 이해가, 이해는 애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올레길을 다녀온 후, 저는 걷기 좋아하는 친구를 한 명 만났고 함께 많이도 산책을 했습니다. 저는 매지저수지에서 흥업리로 나오는 매지천길을, 옛 원주역 뒤편의 정지뜰을, 남부시장으로 이어지는 남산 추월대길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원주천을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요즘 깨닫고 있어요. 걷고 난 후에야 이 도시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구나, 하고요.

강원감영, 남산, 따뚜공연장, 장미공원, 종합운동장… 클라우드에 모인 각각의 장소 댓글에서도 애정이 엿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엔 또 그곳을 산책했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도 있을 테지요. 내일도 천천히, 산책을 해보아야겠습니다.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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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영대 2021-06-04 10:23:13 (ip: 1.212.*4)
원주에서 걷기 좋은곳은 정말 많은데 저녁에는 원주천 따라서 걷는게 좋죠~
영서고 앞에서 금대리까지 걷는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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