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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6 '당신의 '인생 글귀'는 무엇인가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6.21
  • 조회수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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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6 '당신의 '인생 글귀'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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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경전]

제가 처음으로 좌우명을 가진 것은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는데, 비밀번호 찾기의 질문에 답을 적어야 했거든요. ‘추억의 장소는?’, ‘기억에 남는 선물은?’, ‘어릴 적 별명은?’, 여러 예시 가운데서 제가 고른 질문이 바로 ‘자신의 인생 좌우명은?’이었습니다.

좌우명座右銘.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문구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저는 자아나 깨달음 같은 키워드에 심취해 있었고, 마침 깊이 마음에 두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기래끽반饑來喫飯 곤래즉면困來卽眠, 당나라 현종 때의 고승 나찬 선사가 했다는 말로,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잔다는 뜻입니다.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라고 한다면 이보다 적확한 말이 있을까요? 저는 이 글귀를 좌우명 삼기로 결심했습니다.

십대 중반 무렵에는 또 파천황破天荒이라는 고사성어도 좋아했습니다. 송나라 시절의 설화집 「북몽쇄언北梦琐言」에 나오는 단어로,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해냄을 뜻합니다. 전대미문前代未聞, 미증유未曾有와 동의어죠. 사춘기의 저는 제법 자만심을 품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장밋빛 같았고, 제가 엄청난 일을 해낼 줄 알았거든요. 인터넷 게시판에서 글을 쓸 때면 맺음말로 파천황이라고 적어두곤 했어요.

막상 성인이 되었지만 헛되이 시간을 허비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면서는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는 글귀를 침대 맞은편 벽에 크게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는 성리학을 창시한 주자朱子의 문장으로, 아주 짧은 시간조차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학문을 권하기 위해 쓰인 시의 한 구절이죠. 물론 저는 박약한 의지력 탓에 글귀대로 살진 못했고요.

비슷한 시기 우연히 읽은 후 삶의 지침으로 삼기로 결심한 해불양수海不讓水란 구절도 떠오르네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의 말을 모은 「관자管子」 형세形勢편에 나오는 글귀로,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 즉 모두를 차별하지 말고 포용하라는 말입니다. 스스로에게서 부조리한 면을 발견할 때마다 되뇌이곤 했죠. 그러고 보니 저의 청소년기를 사로잡았던 것은 모두 한자성어들이었군요. 책을 많이 읽고, 마음에 새기기도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좋은 글귀에는 힘이 있죠. 좌우명처럼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지치고 슬픈 나날에 위로가 되기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널리 알려진 문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나에게만은 확 와닿는 글귀도 있습니다. 모두에겐 각자의 명언이 있는 법이죠. 클라우드에 모인 낱말들을 보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더군요. 가족의 사랑한다는 말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 철학자의 명언은 물론이고 유쾌한 촌철살인의 유행어도 있었습니다. 어떤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사는지에 따라, 각각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유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관련된 명언을 하나 적어 보며 오늘의 글을 맺으려 합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1836년 저널(일기)에 쓴 문장입니다.

“자신만의 경전을 만들라. 읽을 때 마치 나팔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던 모든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모으라.”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수집한 글귀들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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