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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4 '우리 동네의 장점은?'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8.17
  • 조회수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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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4 '우리 동네의 장점은?'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하영, 가영, 민희, 생콩, 경선화, 김민지, 태장동주민, 유한솔,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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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동네 한 바퀴]

저는 일산동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햇수로 23년째니 토박이까진 아니어도 동네 주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클라우드에 모인 단어들에 시내 동 단위는 다 등장했지만, 일산동은 언급이 없더군요. 일산동은 비교적 오래된 주거지역입니다. 원도심과 단계동 신(?)도심 사이에 위치해 입지가 좋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원주시 보건소가 소재하고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일산동은 원주 백운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일자(一字)로 맺어진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학성중학교에서 단계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이 바로 그 일산봉 산줄기입니다. 언덕이 높다 보니 차도가 닦이기 전까지는 원래 우보삼성아파트 옆으로 다녀야 했다더더군요. 저는 그 언덕배기의 낡은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원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뒤편으로는 나무가 무성하죠. 중학교 때는 학교 가는 길에 산란기 꾀꼬리 부부(?)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 열려 있는 베란다 창문으로 올빼미가 들어와서 잠자리채로 잡아 다시 놓아준 적도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전까지는 겨울마다 큰 철새 무리가 숲의 나무 꼭대기에서 잠을 자곤 했어요. 요즘도 계절의 흐름을 오롯이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매미와 귀뚜라미가 울더군요. 도심 한가운데에서 자연을 가까이 접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저희 동네의 큰 매력입니다.

얼마 전 동사무소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호기심에 ‘일산동네 한바퀴’라는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7월 1일에 올라온 첫 영상에, 친구의 어머니가 MC석에 앉아 계시더군요. 일산동 주민이 MC를 맡고, 직접 촬영해 동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본격 일산동 뉴스 버라이어티 쇼’였습니다. 일산동 부녀회에서 독거노인에게 빵 나누기 봉사를 하는 현장, 산을 좋아하는 주민이 산삼을 캐고 담금주를 마시는 영상, 일산동 소재의 50년 전통 두부 가게 소개 등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은 투박하고 어설펐지만 퍽 정겨웠어요.

‘동네(洞네)’라는 단어는 참 따뜻합니다. 언중에서 너무 익숙하게 쓰여 더 이상 한자어가 아니게 되어버린 낱말 자체도 사랑스럽고요. 동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뜻합니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천천히 더듬어 살펴보다 보면 미처 알려 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동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경험이 켜켜이 누적되어 있으니까요.

문득 일산동 주민들이 꾸린 유튜브 채널과 같은 제목의 유명 프로그램이 떠오릅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세대를 넘나들며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죠.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작가는 인터뷰에서 ‘도시는 기억이다’라고 답하더군요. 동네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누구에게나 있는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요. 2018년 여름 파일럿 방송을 한 이래 어느덧 백삼십 곳이 넘는 동네가 전파를 탔지만, 여전히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서 지루할 겨를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것들이 사실은 아름답고 중요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소한 장점을 발견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거고요. 그리고 우리는 점점 동네를 더욱 사랑하게 되겠죠.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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