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클라우드

원주 이야기40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여행가고 싶은 나라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9.27
  • 조회수 526

게시글 추천

이 글이 맘에 드시면 를 눌러주세요.

원주 이야기40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여행가고 싶은 나라는?'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가영, 재재, 김민지, MJ, 유리, 권수진, 하은, 최보람, 진범, 준호, 여행가고시펑, 메모지

→ 클라우드 게시판 보러가기


[여행의 이유]

잔여 백신 예약에 번번이 실패만 하다가, 9월 초에야 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습니다. 모더나를 맞았는데, 저는 꽤 부작용이 심하더군요. 팔 통증은 물론, 접종 부위 주변으로 넓게 발적이 나타나 일주일 넘게 지속됐고, 몸살을 앓고 설사가 이어졌으며, 염증도 나흘째부터는 가슴이 답답한 증상도 나타나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덜컥 겁을 먹었음에도 2차 접종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되지 않았습니다. 집단 방역의 문제는 차치하고라고, 해외여행을 너무너무 가고 싶기 때문에요! 여행자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는 훌쩍 떠나기 위해 일상을 감내하고 사는 종류의 사람이거든요.

코로나19의 타임라인을 되짚어 보면 꽤나 긴박합니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2월엔 첫 사망자가 발생했죠. 여러 국가에서 입국 금지 조치를 속속 시작하면서, 3월에는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서 국제선 출발·도착 항공편이 단 한 대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어 4월에는 국내 5개 저가항공사에서 국제선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요. 제가 활동하던 커뮤니티에, 세계일주 중 입항이 거절되어 배 위에서 보름 동안 고립되어 있다가 대사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귀국에 성공한 사람의 글⑴이 올라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2020년 상반기에 폐업한 여행사만 612곳에 달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사태였죠.

그래도 백신이 보급되면서 상황은 제법 나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주 업데이트된 현황을 확인해 보니 전 세계적으로 60.7억 회의 백신 접종이 이루어졌고, 25.5억 명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몇 달 전부터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확인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자가격리 없이도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⑵ 실제로 제 주변에도 두 명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거나 갈 예정이고, 인스타그램 친구들도 몇 주 전부터 뉴욕이나 파리에서의 일상 사진을 올리고 있더군요.

물론 그 여행들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진 않을 겁니다. 우리는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겠죠. 어쩌면 낯선 이를 냉담하게 바라보는 현지인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에 대한 열망도 양극화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지난해 말 진행한 여행 행태 및 계획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41%, 줄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33%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클라우드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은 전자에 해당하시겠죠. 몽골 게르에서의 별밤이나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축구 관람 혹은 프랑스 미술 여행 등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한편으로는 여행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도 실감이 납니다. 이전엔 ‘소확행’과 ‘가심비’처럼 자기만족이 중시됐다면, 이제는 위험 회피와 안전이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되었죠. 사람이 많은 도심 공간이나 유명 관광지보다는 유유자적한 ‘호캉스’나 캠핑 등 소위 ‘언택트’ 여행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것도 자연스런 귀결이고요. 클라우드에서도 세부·괌·하와이 등 동남아와 태평양의 휴양지 언급을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네요.

문득 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집 『여행의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여행은 참 이상하죠. 목적을 갖고 떠나도 우연한 이유로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뜻밖의 사건들로 예상하지 못했던 뭔가를 얻게 되곤 하니까요.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여행을 여전히, 혹은 더욱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라우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댓글 중 제게 가장 와닿았던 단어는 ‘다시’였습니다. 다시, 얼마나 그리운 단어인지요. 저도 백신 접종을 마치고 나면 다시 아이슬란드로 떠나 오로라를 보고, 다시 스페인에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으려고 합니다. 전과 같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아니, 어떠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 떠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⑴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2021년 1월 출간됨
⑵  보건복지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공지사항 중 ‘입국자 및 해외여행객’ 항목
    (http://ncov.mohw.go.kr/duBoardList.do?brdId=2&brdGubun=23)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공유서비스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시려면 클릭 후 공유 해 주세요.

  • URL 복사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