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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7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9.06
  • 조회수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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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7 '가장 좋아하는 계절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민지, 정윤주, MJ, 신지선, 유미, 혜염, 감돈이, 세여닝, 유리, 주호, 지헌, 노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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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시]

이제는 저녁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저는 환절기가 되면 컨디션이 곤두박질치는 사람이라 더위가 가시고 온도가 점점 떨어지는 지금 이 시기가 참 반가우면서도 어렵습니다. 얇은 이불을 넣어놓고 도톰한 이불을 꺼내야 할 때가 왔네요. 좋아하는 계절도 좋아하는 이유도 제각각인 여러분들의 댓글 클라우드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시를 한 편 읽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면 더 커지는 법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며 흐뭇해지지 않나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기억 속 어떤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다른 누군가가 전하는 응원과 위로와는 또 다른, 나를 가장 잘 아는 나만이 꺼내어 줄 수 있는 보물 같은 추억들이 있지요.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그 계절의 기후와 날씨뿐 아니라 저마다 특별한 경험이나 의미, 분위기와 정취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예술의 영역에서 계절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등의 비유와 심상의 매개가 되는 것이겠지요.

저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뭘까?' 고민해봤는데요,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은 없지만 각각의 계절을 각각의 이유로 공평하게(?) 좋아하는 것 같아 딱 하나를 정할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잊지 못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러다 좋아한다 보다도 저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계절이 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봄을 생각하면 조금 슬픕니다. 새 학년이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어린이였다는 것이 한 50%는 되는 것 같은데요, ^^; 개인적인 이유 말고도 봄이 저에게 슬픈 이유가 또 있습니다.


        봄은 다시 온다고 하지만
        쓰린 이내 마음
        봄이 온들 무엇하랴.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이 시는 나카하라 주야의 <봄이 다시 온다고...>라는 시입니다.

시인이 두 살 된 첫아들을 잃었을 때 쓴 시입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시인의 허망함과 상실감이 전달되면서 작품 속 화자가 언제까지 꽁꽁 언 겨울에 머물러 있게 될까, 가슴이 아릿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생한 4.3 사건과 제주 해군기지를 짓기 위해 3월 7일 발파된 구럼비 바위가 떠올랐습니다. 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두 해 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직전, 4월 20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서 일어난 동원탄좌 노동자들의 사북항쟁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눈이 녹고 새로이 싹이 돋고 꽃이 피는 이 계절에 어떤 이들은 잿빛 하늘과 멈춰버린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참 먹먹합니다. 이 역병의 시간이 우리가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삶의 힘든 순간순간에 꺼내 볼 작지만 소중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감동의 순간들, 기억들을 마음속에 잘 간직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잃은 것들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겠지요.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도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봄은 다시 옵니다. 폭발하는 생명력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움츠렸던 몸을 펼치는 이 순간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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