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들의 사연 깊은 얘기를 그림으로
어릴 때부터 우리는 모두 그림책을 보고 자랐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그림책이 유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멀리하게 되었다. 그림책 대신 글자로 빽빽한 두꺼운 책을 읽으며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치열한 취업전선을 뚫고 2019년 9월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다. 내 첫 번째 직장이다. 어렵게 살고 계시는 분들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현장에 첫 발을 딛은지 2년이 지난 2021년 8월, 여전히 같은 마음가짐으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복지관은 어르신들로 분주했다. 다들 매일같이 만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셨다.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 3층의 사무실까지 뚫고 오는 큰 목소리도, 정신없이 울려대는 벨소리도 어르신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정겨웠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이후의 복지관은 무척이나 고요하다. 출근 시간 웃으며 맞이해주는 어르신들이 안 계시니 하루의 시작이 무미건조하다. 어르신들을 바라만봐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던 그 시절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지금의 모습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던 중 우리 부장님께서 새내기 청년 사회복지사들을 불러 모았고 그림책 얘기를 꺼내셨다. 청년 사회복지사와 어르신들이 각각 한 명씩 짝을 짓고 팀을 이뤄 그림책을 만드는 활동이었다. 그림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어르신들이 하기에 좋은 활동이 되겠구나 싶으면서도 노화로 인해 기능이 많이 저하된 어르신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는 중간에 포기하는 어르신이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걱정을 뒤로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 연습부터 시작했다. 세세하게 그리느라 손을 떠는 분도 있었고, 과감하게 척척 그려나가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다들 평소에 안 하던 그림을 그리려니 힘에 부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까지 그리기를 자처하며 모두가 활동에 몰두하고 계셨다. 중간중간 고요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어르신들의 눈에서는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림책 내용 구상과 스케치 그리고 채색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어르신들이 모두 직접 완수해내셨다. 화분을 그린 즐거운 이야기부터 힘겨웠던 시집살이 이야기, 엄한 아버지와의 이야기와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간 슬픈 이야기까지, 어르신들의 삶이자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네 개의 소중한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완성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완성된 그림책을 보며 이게 정말 본인들이 만든 책이 맞냐며 믿지 못하면서도 손수 만들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계셨다.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르신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처음에 가졌던 우려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어르신들은 모든 과정을 직접 완수하셨고 그렇게 우리들의 세상에 후손들이 볼 수 있는 귀중한 이야기들을 남겨주셨다.
"집에 가서 연습하게 남는 종이 있으면 좀 주세요", "너무 재밌어서 그림 그리러 복지관 가는 날은 절대 안 까먹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죽는 게 싫고 막 더 살고싶고 그렇다니까?" 활동을 끝마친 뒤 어르신들이 남긴 소감이다. 다들 그림책 만드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거 같아 사회복지사로서 뿌듯하기만 하다. 이런 게 진정한 사회복지가 아닐까?
어르신들과 함께한 '우리도 그림책'은 우리 청년 사회복지사들이 그들의 추억 속 여정을 함께 거닐었던 뜻깊은 시간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귀로만 듣던 어르신들의 사연 깊은 얘기들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인가.
활동하며 친해진 어르신께서 집으로 초대해서 끓여주신 맛있는 두부찌개가 생각난다. 이렇듯 '우리도 그림책'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은 아마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귀중한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심에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르신!
장현우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어릴 때부터 우리는 모두 그림책을 보고 자랐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그림책이 유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멀리하게 되었다. 그림책 대신 글자로 빽빽한 두꺼운 책을 읽으며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치열한 취업전선을 뚫고 2019년 9월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다. 내 첫 번째 직장이다. 어렵게 살고 계시는 분들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현장에 첫 발을 딛은지 2년이 지난 2021년 8월, 여전히 같은 마음가짐으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복지관은 어르신들로 분주했다. 다들 매일같이 만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셨다.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 3층의 사무실까지 뚫고 오는 큰 목소리도, 정신없이 울려대는 벨소리도 어르신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모두 정겨웠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이후의 복지관은 무척이나 고요하다. 출근 시간 웃으며 맞이해주는 어르신들이 안 계시니 하루의 시작이 무미건조하다. 어르신들을 바라만봐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던 그 시절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지금의 모습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던 중 우리 부장님께서 새내기 청년 사회복지사들을 불러 모았고 그림책 얘기를 꺼내셨다. 청년 사회복지사와 어르신들이 각각 한 명씩 짝을 짓고 팀을 이뤄 그림책을 만드는 활동이었다. 그림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어르신들이 하기에 좋은 활동이 되겠구나 싶으면서도 노화로 인해 기능이 많이 저하된 어르신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는 중간에 포기하는 어르신이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걱정을 뒤로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 연습부터 시작했다. 세세하게 그리느라 손을 떠는 분도 있었고, 과감하게 척척 그려나가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다들 평소에 안 하던 그림을 그리려니 힘에 부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까지 그리기를 자처하며 모두가 활동에 몰두하고 계셨다. 중간중간 고요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어르신들의 눈에서는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림책 내용 구상과 스케치 그리고 채색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어르신들이 모두 직접 완수해내셨다. 화분을 그린 즐거운 이야기부터 힘겨웠던 시집살이 이야기, 엄한 아버지와의 이야기와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간 슬픈 이야기까지, 어르신들의 삶이자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네 개의 소중한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완성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완성된 그림책을 보며 이게 정말 본인들이 만든 책이 맞냐며 믿지 못하면서도 손수 만들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 계셨다.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르신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처음에 가졌던 우려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어르신들은 모든 과정을 직접 완수하셨고 그렇게 우리들의 세상에 후손들이 볼 수 있는 귀중한 이야기들을 남겨주셨다.
"집에 가서 연습하게 남는 종이 있으면 좀 주세요", "너무 재밌어서 그림 그리러 복지관 가는 날은 절대 안 까먹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죽는 게 싫고 막 더 살고싶고 그렇다니까?" 활동을 끝마친 뒤 어르신들이 남긴 소감이다. 다들 그림책 만드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거 같아 사회복지사로서 뿌듯하기만 하다. 이런 게 진정한 사회복지가 아닐까?
어르신들과 함께한 '우리도 그림책'은 우리 청년 사회복지사들이 그들의 추억 속 여정을 함께 거닐었던 뜻깊은 시간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귀로만 듣던 어르신들의 사연 깊은 얘기들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인가.
활동하며 친해진 어르신께서 집으로 초대해서 끓여주신 맛있는 두부찌개가 생각난다. 이렇듯 '우리도 그림책'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은 아마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귀중한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주심에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르신!
장현우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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