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클라우드

원주이야기54 '나만의 공간을 운영한다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01.03
  • 조회수 583

게시글 추천

이 글이 맘에 드시면 를 눌러주세요.

원주이야기54 '나만의 공간을 운영한다면!??'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가영, 김미선,정윤주,dbekgus,goaudqkr

→ 클라우드 게시판 보러가기


[풍수지리와 나, 의 공간]


‘공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풍수(風水)’입니다. 바람과 물을 함께 이르는 이 단어는 풍수지리(風水地理), 곧 지형 등을 길흉화복과 연결해 알맞은 장소를 구하는 이론을 일컫습니다. 풍수라는 단어를 가장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학자 곽박(郭璞)입니다. 그는 『금낭경(錦囊經)』에서 ‘풍수의 법은 물을 얻는 것이 으뜸이고 바람을 지키는 것이 버금[風水之法 得水爲上 藏風次之]’이라 설명했는데요. 언뜻 현학적인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쉽게 수긍이 되는 내용입니다. 먼저 물을 얻는다는 건, 식수뿐만 아니라 농업용수가 풍부해 농사를 짓기 좋은 땅을 고르란 뜻이겠죠. 다음으로 바람을 지킨다는 건, 겨울엔 찬바람이 덜하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안온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지 살피란 뜻이고요. 요는 선 생존, 후 안락함이라 할 수 있겠네요.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던 3~4세기와 21세기 최첨단 시대는 비교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다를 테지요.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때의 풍수와 지금의 풍수에 근본적인 맥락은 같을 겁니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이던 시기엔 대부분의 사람에게 먹거리를 획득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겠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많은 경우 과거에 후차적이었던 요소들이 좀 더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표현들이 생겨나 사용되고 있어요. 웰빙, 힐링, 욜로, 소확행, 워라밸…. 생존의 너머에 있는 이런 단어들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 같습니다. 20세기, 미국의 심리학자 칼 랜섬 로저스(Carl Ransom Rogers)는 인간이 미래지향적이고 자아실현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지점을 연결해 본다면, 오늘날의 풍수지리에서는 선 자아실현, 후 생계가 요구되는 게 아닐까요.

나만의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어떤 공간이 될지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겠죠. 예를 들어 저는 글로써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제 공간은 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괜찮을 쾌적한 온도와 습도, 적절한 높이의 책상과 좋은 의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창의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높은 천장, 풍경이 잘 드는 큰 창, 저음이 풍부한 스피커와 플레이리스트, 좋아하는 작가의 책과 그림, 갖가지 간식거리가 가까이 있으면 좋고요. 애정하는 사람들이 편히 찾아와 대화를 나누거나, 나의 것을 내보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갖추는 것은 그다음 단계의 일일 겁니다. 문득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주랑 현관에 새겨져 있었다는 경구 ‘너 자신을 알라(γνῶθι σεαυτόν)’가 떠오릅니다. 결국 확장과 지속가능성은 단단한 ‘나’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여는 데에는 현실적인 예측과 철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로망’에 불타 카페를 열거나 귀촌을 했다가 지쳐 회귀하는 경우는 얼마나 흔한가요. 설령 만반을 갖추었더라도 다양한 시행착오는 각오해야 하죠. 저는 동료 두 명과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코로나19와 건물 문제가 겹치며 초반 1년을 어영부영 보내야 했어요. 후반 1년은 제법 열정을 쏟을 수 있었지만 고민되는 지점도 참 많았습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 것이 행운이자 다행이었죠. 그 2년의 경험을 통해 제가 희망하는 공간의 현실성과 디테일이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자꾸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답니다.

꿈을 가벼이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풍수지리부터 그리스 격언까지 ‘투 머치’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네요. 앞선 무거움은 도로 내버려 둡시다. 저는 그저 여러분의 공간이 곧 실현될 것임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성찰도 준비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꿈으로 한 발짝 이끄는 것은 기꺼이 도전하는 용기,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바로 그 순간이니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공유서비스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시려면 클릭 후 공유 해 주세요.

  • URL 복사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