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네 가지]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테드 창의 SF 소설 <숨>에 실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라는 단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값비싼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이었던 이븐 압바스는 우연히 들어간 시장의 어느 가게에서 세월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로 가더라도, 과거도 미래도 바꿀 수 없음을 이내 깨닫게 되죠. 다만 과거의 그곳에서 그때는 몰랐던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결국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고,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으며, 그저 더 잘 알게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배운 것이 자신의 모든 걸 바꿔놓았다고 주인공은 말합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낼걸, 열심히 운동도 하고 몸 관리에 신경 좀 썼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미래를 생각해서 돈을 더 아껴 썼어야 해, 쉽게 돈 벌 기회를 그때 잡았더라면, 정리정돈도 못 하고 너무 게을렀어, 작품 활동을 제대로 못 해서 너무 아쉬워•••. 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할 일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일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취업에 성공해 받은 월급으로 할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부모님께 선물도 드렸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 새로운 관계도 맺고, 바라던 연애도 시작했고요. 내가 사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에도 도전했습니다. 자격증도 따고 나름 필요한 공부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잘 버티고 견뎌준 내가 기특하고 뿌듯합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때로는 뿌듯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후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뿌듯해한다고 앞으로도 아무 노력 없이 계속 뿌듯할 일만 생길 리도 없고, 후회한다고 과거가 바뀔 리도 없습니다. 다만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고 더 잘 알게 되겠죠. 그렇게 배운 것들이 2021년을 살아갈 나를 바꿔놓지 않을까요? 맘에 안 드는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적어도 나는 나를 바꿀 수는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혹시 알고 계셨나요? 중앙시장 어느 가게에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세월의 문이 있다던데•••.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테드 창의 SF 소설 <숨>에 실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라는 단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값비싼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이었던 이븐 압바스는 우연히 들어간 시장의 어느 가게에서 세월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미래로 가더라도, 과거도 미래도 바꿀 수 없음을 이내 깨닫게 되죠. 다만 과거의 그곳에서 그때는 몰랐던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결국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고,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으며, 그저 더 잘 알게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배운 것이 자신의 모든 걸 바꿔놓았다고 주인공은 말합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낼걸, 열심히 운동도 하고 몸 관리에 신경 좀 썼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미래를 생각해서 돈을 더 아껴 썼어야 해, 쉽게 돈 벌 기회를 그때 잡았더라면, 정리정돈도 못 하고 너무 게을렀어, 작품 활동을 제대로 못 해서 너무 아쉬워•••. 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할 일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일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취업에 성공해 받은 월급으로 할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부모님께 선물도 드렸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 새로운 관계도 맺고, 바라던 연애도 시작했고요. 내가 사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에도 도전했습니다. 자격증도 따고 나름 필요한 공부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잘 버티고 견뎌준 내가 기특하고 뿌듯합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때로는 뿌듯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후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뿌듯해한다고 앞으로도 아무 노력 없이 계속 뿌듯할 일만 생길 리도 없고, 후회한다고 과거가 바뀔 리도 없습니다. 다만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할 수 있고 더 잘 알게 되겠죠. 그렇게 배운 것들이 2021년을 살아갈 나를 바꿔놓지 않을까요? 맘에 안 드는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적어도 나는 나를 바꿀 수는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혹시 알고 계셨나요? 중앙시장 어느 가게에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세월의 문이 있다던데•••.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