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뭔가 되지 않아도]
뭉뚱그려 ‘꿈’이라고는 하지만, 꿈이라는 단어에서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맥락을 읽곤 합니다. 누군가는 멋진 직업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갖고 싶은 것들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이루고 싶은 업적을 상상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어른들의 질문에 답해야 했던 꿈은 보통 ‘장래 희망’이라는 칸을 한 단어의 명사로 채우는 일이곤 했죠. 그게 참 난감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커서 뭐가 ‘되기’를 꿈꿔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뭘 고를 수 있는지, 꼭 지금 골라야 하는지 영 헷갈려서.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그때그때 숙제 해치우듯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거로 대강 정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의 꿈들은 각자가 처했던 성장 배경, 그리고 사회적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또래 분위기를 따라 과학자를 꿈꾸기도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걸 깨닫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기도 하고, 집 앞 도랑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간절히 타보고 싶다는 꿈도 꿨죠. 간호사, 선생님, 형사, 대통령, 가수, 정치인 등 내가 현실에서 혹은 TV에서 만나는 인상적인 어른을 보며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빨간 자전거가 멋있어 보여 우체부가 되고 싶고,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아 개그맨이 되고 싶고, 방과 후 활동으로 제빵을 배워 본 경험으로 파티셰에 관심을 보이고, 슈퍼맨이 된 것처럼 보자기를 두르고 다니기도 하고, 어디선가 현모양처라는 말을 배워 어쩌다 그게 답이 되기도 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어른 시절의 꿈을 다시 묻는다면, 어떤 답들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한 단어의 명사로 딱 떨어지는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이 아닌 동사로 꾸는 꿈, 문장으로 꾸는 꿈, 어른이 된 지금의 꿈. 피아니스트는 진작에 물 건너갔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건 여전히 꿀 수 있는 꿈일 거고요. 정치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기여할 만한 정치적인 참여를 지금 할 수도 있겠죠.
누구나 끄덕이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그럴듯한 ‘무엇’이 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요. 살다 보니 꼭 뭔가 되지 않아도, 그냥 아무나 되어도, 여전히 꿈꾸며 그럭저럭 사는 데 별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지금 제 꿈은 척추가 꼿꼿하고 무릎 관절이 튼튼한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뭉뚱그려 ‘꿈’이라고는 하지만, 꿈이라는 단어에서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맥락을 읽곤 합니다. 누군가는 멋진 직업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갖고 싶은 것들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이루고 싶은 업적을 상상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어른들의 질문에 답해야 했던 꿈은 보통 ‘장래 희망’이라는 칸을 한 단어의 명사로 채우는 일이곤 했죠. 그게 참 난감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커서 뭐가 ‘되기’를 꿈꿔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뭘 고를 수 있는지, 꼭 지금 골라야 하는지 영 헷갈려서.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그때그때 숙제 해치우듯 어른들이 보기에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거로 대강 정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의 꿈들은 각자가 처했던 성장 배경, 그리고 사회적 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또래 분위기를 따라 과학자를 꿈꾸기도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걸 깨닫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기도 하고, 집 앞 도랑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간절히 타보고 싶다는 꿈도 꿨죠. 간호사, 선생님, 형사, 대통령, 가수, 정치인 등 내가 현실에서 혹은 TV에서 만나는 인상적인 어른을 보며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빨간 자전거가 멋있어 보여 우체부가 되고 싶고,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아 개그맨이 되고 싶고, 방과 후 활동으로 제빵을 배워 본 경험으로 파티셰에 관심을 보이고, 슈퍼맨이 된 것처럼 보자기를 두르고 다니기도 하고, 어디선가 현모양처라는 말을 배워 어쩌다 그게 답이 되기도 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어른 시절의 꿈을 다시 묻는다면, 어떤 답들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한 단어의 명사로 딱 떨어지는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이 아닌 동사로 꾸는 꿈, 문장으로 꾸는 꿈, 어른이 된 지금의 꿈. 피아니스트는 진작에 물 건너갔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건 여전히 꿀 수 있는 꿈일 거고요. 정치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기여할 만한 정치적인 참여를 지금 할 수도 있겠죠.
누구나 끄덕이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그럴듯한 ‘무엇’이 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요. 살다 보니 꼭 뭔가 되지 않아도, 그냥 아무나 되어도, 여전히 꿈꾸며 그럭저럭 사는 데 별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지금 제 꿈은 척추가 꼿꼿하고 무릎 관절이 튼튼한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