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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8 '당신의 삶을 조금은 더 즐겁게 해주는 취미생활은?'

  • 작성자 관리자1
  • 등록일 2021.02.17
  • 조회수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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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8  '당신의 삶을 조금은 더 즐겁게 해주는 취미생활은?'
[내 일상의 보조배터리]


여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제각각일 겁니다. 음악 듣는 게 취미인 사람은 플레이리스트에 수북이 쌓인 새로 나온 노래들에 빠져 몇 시간이고 보낼 거고요. 새로 생긴 식당이나 카페, 안 가본 여행지 같은 낯선 장소나 공간에 관심이 많다면 하나하나 지도 앱에 저장하며 스마트폰 하나로 상상의 탐험을 미리 떠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또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뜨개질을 하겠죠. 누군가는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낚시를 하고 누군가는 산에 오르고 누군가는 캠핑을 떠나고요. 누군가는 열성적으로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밤새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뭔가를 계속 모으죠. 왜? 재밌으니까. 좋아하니까. 때로 그 시간이 나머지 의무와 책임의 시간을 버티게 해주니까.

저는 평일 낮에 한가롭게 군 단위 여행을 즐기곤 합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잘 알려진 관광지나 자연 풍경이 멋진 유명한 곳보다는 그냥 구석구석 낯선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만의 역사나 특색을 간직한, 하루에 몇 명 찾지도 않을 것 같은 작은 박물관이나 기념관들을 구경합니다. 진천의 종박물관이라든지 음성의 철박물관 같은 곳들이죠. 그러고 나서 편한 복장으로 현지인처럼 읍내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그 동네 사람들 사는 모양새를 엿보고 진천의 덕산막걸리를, 음성의 보천막걸리를 맛보는 게 코스입니다. 원주로 치자면, 조엄기념관에서 우연히 고구마의 역사를 만나고 근처 문막 읍내에 나가 막국수를 한 그릇 먹은 다음 치악산 막걸리를 마시는 거죠.

세세한 계획 없이 이런 여행을 할 때 부딪히곤 하는 방황도 재미입니다. 낯선 동네를 다니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설 때가 많은데, 이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또 언제 이 길을 지나 보겠어? 다시 여길 언제 와보겠어?” 아무튼 전국 88개 군에서 최소 하루씩은 자보는 게 일단 목표입니다. 왜? 그냥요. 재밌으니까. 즐거우니까.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는 걸 ‘덕업일치’라고 한답니다. 취미가 일이 되고 돈도 되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습니다. “뭐 할 때 가장 즐거운가요?”라는 질문에 밥벌이로 하는 일을 신이 나서 설명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진 않고요. 그렇다고 아주 그럴듯한 멋진 한 단어의 취미를 바로 답하기에 우리 일상은 늘 그렇듯 애매하기만 합니다.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취미는 무슨’이라거나 ‘재미가 밥 먹여주나’ 하는 생각도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는 어떤 것, 누군가에게는 세상 쓸데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게 너무, 괜히, 그냥 재밌는 어떤 일을 놓지 않고 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축된 에너지는 고생스러울 내일의 보조배터리로 요긴하게 쓰게 될 테니까요.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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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정윤주 2021-02-17 21:25:19 (ip: 121.189.*253)
와 취미생활로 저축된 에너지가 고생스러울 내일의 보조배터리로 쓰인다니...!!! 너무 멋진 표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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