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내가 현재의 나에게]
몇 년 전 들은 얘기입니다. 90대의 아버지에게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60대라고 하더랍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게 된 나이이면서 아직은 두 다리가 튼튼하니 어디든 혼자서 가고 싶은 데로 갈 수도 있는, 가장 자유롭고 편한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고 싶은 과거’라는 이번 주제를 떠올리며, 나에게 60대는 오지 않은 미래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절정으로 기억되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그 시절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하는 상상으로 과거를 곱씹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쩌면 과거에 관한 이 모든 이야기에는 그게 즐거운 상상이든 후회나 반성이든 결국 현재의 내 모습, 욕구, 바람 같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순간으로 간다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살면서 가장 자유로웠던 낯선 여행지에서의 그 가을도 다시 만끽할 수 있겠죠. 근심 걱정 없이 마냥 뛰어노는 어린아이가 되고, 즐거웠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스무 살 신입생의 설렘도 다시 느낄 수 있고요. 틀어져 버린 관계들을 회복하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다녀오는 타임슬립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다시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회귀로 내 인생의 타임라인이 전부 달라진다면 그래도 미련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저는 현재의 내가 과거로 가서 그 순간부터 인생을 다시 산다고 해도 그 수많은 인생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을 자신도, 지금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단 좀 다른 상상을 해봅니다.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돌아온 과거가 지금 나의 현재이고, 단지 타임슬립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라면 어떨까요? 나는 왜 이 순간을 택한 걸까요? 이 시절이 그리워서인지, 후회되는 일이라도 있는 건지, 무언가를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건지.
지금의 나를 미래의 눈으로 찬찬히 살펴봅니다. 미래에서 온 나는 현재의 나에게 지금 어떤 선택을 하며 살라고 얘기해주고 싶을까요.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몇 년 전 들은 얘기입니다. 90대의 아버지에게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60대라고 하더랍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게 된 나이이면서 아직은 두 다리가 튼튼하니 어디든 혼자서 가고 싶은 데로 갈 수도 있는, 가장 자유롭고 편한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고 싶은 과거’라는 이번 주제를 떠올리며, 나에게 60대는 오지 않은 미래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절정으로 기억되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그 시절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하는 상상으로 과거를 곱씹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쩌면 과거에 관한 이 모든 이야기에는 그게 즐거운 상상이든 후회나 반성이든 결국 현재의 내 모습, 욕구, 바람 같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 순간으로 간다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살면서 가장 자유로웠던 낯선 여행지에서의 그 가을도 다시 만끽할 수 있겠죠. 근심 걱정 없이 마냥 뛰어노는 어린아이가 되고, 즐거웠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스무 살 신입생의 설렘도 다시 느낄 수 있고요. 틀어져 버린 관계들을 회복하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다녀오는 타임슬립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다시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회귀로 내 인생의 타임라인이 전부 달라진다면 그래도 미련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저는 현재의 내가 과거로 가서 그 순간부터 인생을 다시 산다고 해도 그 수많은 인생의 시행착오를 다시 겪지 않을 자신도, 지금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단 좀 다른 상상을 해봅니다.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돌아온 과거가 지금 나의 현재이고, 단지 타임슬립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라면 어떨까요? 나는 왜 이 순간을 택한 걸까요? 이 시절이 그리워서인지, 후회되는 일이라도 있는 건지, 무언가를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건지.
지금의 나를 미래의 눈으로 찬찬히 살펴봅니다. 미래에서 온 나는 현재의 나에게 지금 어떤 선택을 하며 살라고 얘기해주고 싶을까요.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