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클라우드

원주 이야기13 ' 요즘 내가 푹 빠진 것이 있다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3.22
  • 조회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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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13 ' 요즘 내가 푹 빠진 것이 있다면???'
[즐거운 것들에 종종 빠지는 일상]


못이 빠지고 냄새가 빠지고 때가 빠지고 내용이 빠지고 기운이 빠지고 모임에 빠지고 밑창이 빠지고 살이 빠지고 샛길로 빠지고 물에 빠지고 절망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고 도박에 빠지고 궁지에 빠지고 잠에 빠지고 얼이 빠지고 늙어 빠지고. 어느 동사 못지않게 ‘빠지다’라는 말은 두루 인기가 많습니다.

이번 주엔 그중에 푹, 빠진다는 것에 관해 생각해 봅니다. 뭔가에 맛 들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내가 요즘 푹 빠진 바로 그것. ‘푹’이 지나치다면 중독의 경지겠고요. 혹은 죄책감이 들거나 남에게 얘기하기 좀 부끄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즐거운 ‘빠짐’이라면 흔히 하는 말로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같은 게 되겠죠.

클라우드에서 크게 눈에 띄는 두 단어는 ‘걷기’와 ‘미드’입니다. 더 살펴보니 우리를 빠지게 하는 건 크게 두 갈래인 것 같은데요. 걷기, 운동, 그림 공부처럼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생산적이고 유익한 활동 그리고 미드나 예능처럼 특별히 뭔가 하지 않고 가만히 틀어박혀 클릭만 하고 있어도 그냥 빠져드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돌에 빠진다는 건 이 두 가지를 오가는 것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한때는 저도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드로잉도 배우고 알록달록한 색채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 온갖 미술 도구들을 사 모으기도 했습니다. 플러스펜 48색 같은 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하거든요. 또 지금은 코로나로 멈춰버렸지만, 한동안 필라테스와 요가도 열심히 다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어떤 조건과 환경의 변화에도 방해받지 않고 언제든 쉽게 빠지게 되는 건, 단연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능동적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하나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저절로 이어지는 ‘다음 화’ 버튼을 이겨내기가 어렵거든요. 일이 아무리 많은 시절에도 운동이나 적극적인 취미 생활은 쉽게 거를 수 있지만, 좋아하는 예능이나 드라마 한 편 못 볼 바쁨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긴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입니다. 더불어 책임이 따르는 일들도 슬슬 소생하겠죠. 저 같은 프리랜서에겐 며칠씩 머리도 안 감고 넷플릭스에 빠져 있어도 아무 문제 없는 방학 같은 나날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에 빠져 즐거운 것들에 종종 빠지는 일상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네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근데 대체, 스스로 운동에 빠지는 비법은 뭔가요? 세상 가장 부러운 빠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버릭 | 로컬 칼럼니스트, 재야의 아키비스트.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속 없이 직책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깍두기. 사는 만큼 말하고 말한 대로 살기 위해, 쓸데없이 근질거리는 입을 오늘도 꿰매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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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고은진 2021-03-25 17:31:38 (ip: 211.218.*127)
아 빠지다는게 그 빠지다 군요 ㅋㅋㅋ
정윤주 2021-03-23 11:16:35 (ip: 183.108.*82)
마지막 문장에 빵 터지고 가네요! 하하하! 운동에 빠질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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