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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1 ' 여러분이 원하는 O세권은 무엇인가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5.17
  • 조회수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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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21 ' 여러분이 원하는 O세권은 무엇인가요?'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서현주님께서 올려주신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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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세 요소입니다. 몸을 지켜줄 옷가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 살아가는 공간. 요즘은 이 단어의 순서를 ‘주의식’으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의 생활 환경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비교적 원활히 충족되는 옷이나 음식에 비해 주거는 여전히 무거운 문제니까요.

주거는 일정한 곳에 머물러 사는 것을 일컫습니다.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주택만이 아니라 그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생활과 환경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건물의 편의성과 안정성, 주변 환경, 매매나 수리, 동거나 별거 사항 등이 모두 포괄됩니다. 거주자의 생활 전반이 오롯이 담겨 있으므로 개개인의 삶의 질은 주거에 큰 영향을 받죠.

그렇다면 어떤 주거가 좋은 주거일까요? 위치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 입지론입니다. 부동산은 대개 건물 자체보다도 건물이 들어선 위치에 의해 평가되곤 하는데,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단어가 ‘역세권’입니다. 역세권은 철도역 및 주변지역으로 교통 접근성이 좋아 유동 인구가 많고 자연스레 상업시설이나 편의시설이 개발되는 곳이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약칭 역세권법도 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역전驛前을 최고의 주거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201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O세권’이란 단어에서, 우리는 주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소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이 있는 곳에 살고 싶은 사람은 ‘숲세권’,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사람은 ‘학세권’을 찾는 거죠.

그러나 원주민으로서 O세권이라는 단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원주는 지하철이 없고, 80%에 가까운 학생들이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평준화 방식의 학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심에서 몇 분만 벗어나면 나무가 무성하니까요. 지역에서의 삶은 확실히 여유롭고 느슨합니다. 원주에서 O세권을 말해본다면, 결국은 거창한 것보다도 소소한 취향에 닿게 되겠죠.

실제로 클라우드에 모인 댓글도 그러했어요. 곱창, 국밥, 마라탕 등 음식점을 O세권으로 꼽은 경우가 절반에 달했습니다.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술집의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가요. 그 다음으로는 숲이나 공원, 제로웨이스트 등 자연친화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주차나 대중교통을 언급한 댓글이 가장 적었습니다. 부동산 업체에서 마케팅으로 사용되곤 하는 O세권과는 전혀 다른 결의 답변들이죠.

문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올랐습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삶에 대해, 지상에 떨어진 천사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사람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타인을 사랑함으로서 살아간다고 말이죠. 21세기의 주거에 대해서라면, 사람마다 다른 O세권이라는 단어가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고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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