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이진희, 가영, 최혜진, 민지, 유리, 하은, 준호, 김은비, 유미, 권수진, 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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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의 건강]
일본의 한 유명 아이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쉬는 날 집에 안 있으면 집값이 아까워요’라고요. 방송 캡처가 인터넷에 회자되며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죠. 누군가 단 댓글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래, 집콕으로 월세 본전 뽑아 보자’.
‘집콕’은 말 그대로 ‘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사실 이미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부터 ‘방콕’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었죠. 최근 들어서는 ‘방’이 ‘집’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전국 주민등록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생활 단위가 급변한 탓일 겁니다.
위계질서와 공동체적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내성적 성향은 그간 꽤나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이 이루어지고 이에 맞춰 수많은 곳에서 ‘비대면’, ‘재택’을 실시하며, 집콕은 그 어느 때보다 권장되는 삶의 방식이 됐죠.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94%에 달하더군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오늘날은 바야흐로 집순이·집돌이들의 세상입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특히 증가한 활동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쇼핑이었어요. 코로나19 이전보다 인터넷 쇼핑이 증가했다고 답한 사람은 78%로 다섯 명 중 네 명꼴이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에는 역대 최초로 월 온라인 거래액이 16조 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음식서비스’의 이용 폭증 덕분이었죠. 전년도보다 배달을 포함한 음식서비스 이용은 62% 증가했고, 식품류의 거래도 39% 증가했다고 합니다. 잘 발달된 택배·배달 시스템은 팬데믹 시국에서도 기초적인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의식주뿐만이 아닙니다. 여가 생활에 있어서도 집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죠. 팬데믹 초반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달고나 커피’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집밖에 나서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고, ‘홈트’를 하며 좁은 공간에서도 건강을 챙깁니다. 화상채팅 어플을 통해 온라인 모임을 갖고, ‘밀키트’와 ‘홈카페’로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창가에는 ‘반려식물’을 들여 마음을 달래고, 온라인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며 댓글로 의견을 나누며, ‘취미키트’로 소소한 굿즈를 만들거나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배우기도 합니다. ‘홈포차’, ‘홈엔터’, ‘홈캠핑’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에 ‘홈-’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수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났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네요.
클라우드 댓글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프랑스 자수, 우쿨렐레, 웹툰과 영화, 요가와 스쿼트, 직접 키운 채소…. 모두들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네요. 본래도 프리랜서로 집콕 시간이 많았던 저는 막상 요즘을 너무 안일하고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굳이 꼽아보자면 저는 여행을 대신해 종종 구글맵으로 낯선 도시의 풍경을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창가 영상을 볼 수 있는 윈도우스왑(https://www.window-swap.com/)을 켜두는 정도였어요. 그 외에는 ‘스타크래프트2’를 하며 온라인 게임을 즐긴 것 정도가 있겠네요. 이 글을 마감한 후에도 친구와 ‘협동전’을 할 생각입니다. 아, 오랜 집콕으로 문화에 목마른 분들께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포털 내 ‘집콕문화생활(https://www.culture.go.kr/home/)’도 추천합니다. 29개 국공립기관이 제공하는 비대면 콘텐츠를 망라해 놓은 페이지로, 다양한 공연·전시·체험을 만날 수 있어요.
안온한 집순이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운동 부족과 불규칙적인 식습관, 잘못된 자세의 고착 등 생활습관의 변화로 건강이 저하되거나, 갑작스런 사회적 관계의 축소가 야기하는 ‘코로나 블루’는 먼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우울증과 강박증 환자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심리학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죠. 좀 더 심각한 내용을 인용하자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장기간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뇌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편도체와 해마 등에 용량 변화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지하 벙커에 오래 갇혀 있던 납치 생존자의 뇌와 비슷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노파심에 이번 칼럼의 마무리는 청유형으로 맺어볼까 합니다. 오늘도 집콕 중인 여러분, 우리 모두 제시간에 취침하고, 5대 영양소 제때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땀 흘려 운동하고, 좋은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나눕시다. 건강이 최고니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이진희, 가영, 최혜진, 민지, 유리, 하은, 준호, 김은비, 유미, 권수진, 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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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의 건강]
일본의 한 유명 아이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쉬는 날 집에 안 있으면 집값이 아까워요’라고요. 방송 캡처가 인터넷에 회자되며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죠. 누군가 단 댓글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래, 집콕으로 월세 본전 뽑아 보자’.
‘집콕’은 말 그대로 ‘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사실 이미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부터 ‘방콕’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었죠. 최근 들어서는 ‘방’이 ‘집’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전국 주민등록 기준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생활 단위가 급변한 탓일 겁니다.
위계질서와 공동체적 분위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내성적 성향은 그간 꽤나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이 이루어지고 이에 맞춰 수많은 곳에서 ‘비대면’, ‘재택’을 실시하며, 집콕은 그 어느 때보다 권장되는 삶의 방식이 됐죠.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94%에 달하더군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오늘날은 바야흐로 집순이·집돌이들의 세상입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특히 증가한 활동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쇼핑이었어요. 코로나19 이전보다 인터넷 쇼핑이 증가했다고 답한 사람은 78%로 다섯 명 중 네 명꼴이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에는 역대 최초로 월 온라인 거래액이 16조 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음식서비스’의 이용 폭증 덕분이었죠. 전년도보다 배달을 포함한 음식서비스 이용은 62% 증가했고, 식품류의 거래도 39% 증가했다고 합니다. 잘 발달된 택배·배달 시스템은 팬데믹 시국에서도 기초적인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의식주뿐만이 아닙니다. 여가 생활에 있어서도 집콕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죠. 팬데믹 초반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달고나 커피’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이제 집밖에 나서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고, ‘홈트’를 하며 좁은 공간에서도 건강을 챙깁니다. 화상채팅 어플을 통해 온라인 모임을 갖고, ‘밀키트’와 ‘홈카페’로 근사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창가에는 ‘반려식물’을 들여 마음을 달래고, 온라인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며 댓글로 의견을 나누며, ‘취미키트’로 소소한 굿즈를 만들거나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배우기도 합니다. ‘홈포차’, ‘홈엔터’, ‘홈캠핑’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에 ‘홈-’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수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났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네요.
클라우드 댓글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프랑스 자수, 우쿨렐레, 웹툰과 영화, 요가와 스쿼트, 직접 키운 채소…. 모두들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네요. 본래도 프리랜서로 집콕 시간이 많았던 저는 막상 요즘을 너무 안일하고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굳이 꼽아보자면 저는 여행을 대신해 종종 구글맵으로 낯선 도시의 풍경을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창가 영상을 볼 수 있는 윈도우스왑(https://www.window-swap.com/)을 켜두는 정도였어요. 그 외에는 ‘스타크래프트2’를 하며 온라인 게임을 즐긴 것 정도가 있겠네요. 이 글을 마감한 후에도 친구와 ‘협동전’을 할 생각입니다. 아, 오랜 집콕으로 문화에 목마른 분들께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포털 내 ‘집콕문화생활(https://www.culture.go.kr/home/)’도 추천합니다. 29개 국공립기관이 제공하는 비대면 콘텐츠를 망라해 놓은 페이지로, 다양한 공연·전시·체험을 만날 수 있어요.
안온한 집순이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운동 부족과 불규칙적인 식습관, 잘못된 자세의 고착 등 생활습관의 변화로 건강이 저하되거나, 갑작스런 사회적 관계의 축소가 야기하는 ‘코로나 블루’는 먼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우울증과 강박증 환자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심리학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죠. 좀 더 심각한 내용을 인용하자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장기간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뇌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편도체와 해마 등에 용량 변화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지하 벙커에 오래 갇혀 있던 납치 생존자의 뇌와 비슷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노파심에 이번 칼럼의 마무리는 청유형으로 맺어볼까 합니다. 오늘도 집콕 중인 여러분, 우리 모두 제시간에 취침하고, 5대 영양소 제때 잘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땀 흘려 운동하고, 좋은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안부를 나눕시다. 건강이 최고니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