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이진희, 가영, 최혜진, 민지, 유리, 하은, 준호, 김은비, 유미, 권수진, 정윤주
→ 클라우드 게시판 보러가기
소매 끝을 당겨 손을 숨겨야 하는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언제 이렇게 계절이 변했나 싶다가 문득, 나는 미처 시간이 지나 온 만큼 자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두터운 옷을 꺼내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해를 함께 할 다이어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가방 안에 넣어만 두고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다이어리를 꺼내 한 장, 한 장, 넘겨보았습니다. 행사 준비의 막바지였던 10월 말부터 12월 초인 지금까지 거의 비어있었는데 가을과 겨울이 성큼 다가온 줄도 모르고 정말 바쁘게 지내면서 차마 다이어리를 꺼낼 엄두도 못 냈거든요. 빈종이를 보고 있자니 그 나날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날이 추워 몸이 움츠러들자 마음도 함께 움츠러든 걸까요?
왜 인지 아프고 힘든 기억들이 빈 종이에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연필을 쥐고 나에게 끔찍한 말을 한 사람을 적었습니다. 괴로웠던 일, 억울했던 순간, 밤을 지새워 기차에서 겨우 쪽잠 자며 버텼던 날들……
왠지 울적해져서 끊임없이 움직이던 손을 멈췄습니다. 이제 막 찾아온 겨울인데, 남은 날이 더 많은데 이대로는 그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거든요. 이런 생각들을 되뇌며 지내다가 이번 클라우드 주제를 만났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집 있고 돈이 있어서 난방을 켜 놓고 따뜻하게 사는 걸 텐데' '월세 버는 것 넘나 지겹다' '결국 쉼 보다 돈벌이 인가' 하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히 여러분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칼 바람에 움츠러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추위에 꼼짝 못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털 없는 나라는 인간, 괜히 객기 부리지 말지어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면 조용히 안전하고 따뜻한 곳으로 향해야 하는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곁에 온기를 나눌 이 없다 생각되어 지쳤거나 외롭다면 살며시 마음속 동굴로 들어가 지친 나를 보듬어 안아주어야겠지요.
그러고는 두 번째로 클라우드 댓글을 참고하여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뜨끈뜨끈 차 한 잔과 엄마가 보내준 밀감을 이만큼 싸 들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해리 포터를 정주행을 하는 거지요. 우리에게는 쉼이 필요하고 겨울은 쉼의 계절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따뜻한 봄이 와 기지개를 피려면 우선 겨우 내 잠을 푹 자야 하니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제게 맞는 매트리스나 침구도 주문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 꾸린 침실에서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면 묵은 때를 씻어내어 산뜻하게 청량한 겨울을 맛보는 것입니다.
뜨신 물로 목욕재계를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1년간 묵은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들고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겁니다. 차곡차곡 쌓아 온 나의 1년을 정독하며 누가 알아봐 주지 않는 나의 고생, 그리고 고생, 그리고 또 개고생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죠. 얼어붙은 듯 보이는 땅이라도 새로 씨앗을 품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누가 알아차려 주길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이미 겨울이 성큼, 와버렸으니까요. 셀프 칭찬 아낌없이 해주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올겨울, 저도 따뜻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이런 방법을 생각해 두더라도 만약 제가 혼자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렇게 글을 쓰기 전에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주말에 독서모임의 친구들과 워크숍을 했는데요, 하룻밤이 아쉬울 만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오랜만에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또 제가 원주로 오기 전, 같이 고생하며 활동했던 동료이자 친구가 저를 보러 원주에 찾아와 별것 없는 저의 일상을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답니다.
지금의 저, 그리고 과거의 저를 여전히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 삶이 아무리 망한 듯 보여도 상관 않고 곁을 데워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혼자서 하는 노력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최고의 힐링 치트키 아닐까요?
여러분도 올 한 해, 한 계절을 보내고, 다음 계절을 보내고 또다시 한 계절을 보내시면서 많은 일들을 겪으셨을 테지요. 그 많은 순간들, 관계들, 감정들을 통과해 오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이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우리 모두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자연스레 온기가 차오르는 봄이 오면, 한 템포 쉰만큼 큰 걸음을 내디디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잊지 말자고요.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
참여해주신 분들: 이진희, 가영, 최혜진, 민지, 유리, 하은, 준호, 김은비, 유미, 권수진, 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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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끝을 당겨 손을 숨겨야 하는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언제 이렇게 계절이 변했나 싶다가 문득, 나는 미처 시간이 지나 온 만큼 자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두터운 옷을 꺼내 입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해를 함께 할 다이어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가방 안에 넣어만 두고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다이어리를 꺼내 한 장, 한 장, 넘겨보았습니다. 행사 준비의 막바지였던 10월 말부터 12월 초인 지금까지 거의 비어있었는데 가을과 겨울이 성큼 다가온 줄도 모르고 정말 바쁘게 지내면서 차마 다이어리를 꺼낼 엄두도 못 냈거든요. 빈종이를 보고 있자니 그 나날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날이 추워 몸이 움츠러들자 마음도 함께 움츠러든 걸까요?
왜 인지 아프고 힘든 기억들이 빈 종이에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연필을 쥐고 나에게 끔찍한 말을 한 사람을 적었습니다. 괴로웠던 일, 억울했던 순간, 밤을 지새워 기차에서 겨우 쪽잠 자며 버텼던 날들……
왠지 울적해져서 끊임없이 움직이던 손을 멈췄습니다. 이제 막 찾아온 겨울인데, 남은 날이 더 많은데 이대로는 그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거든요. 이런 생각들을 되뇌며 지내다가 이번 클라우드 주제를 만났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집 있고 돈이 있어서 난방을 켜 놓고 따뜻하게 사는 걸 텐데' '월세 버는 것 넘나 지겹다' '결국 쉼 보다 돈벌이 인가' 하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히 여러분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칼 바람에 움츠러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추위에 꼼짝 못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털 없는 나라는 인간, 괜히 객기 부리지 말지어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면 조용히 안전하고 따뜻한 곳으로 향해야 하는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곁에 온기를 나눌 이 없다 생각되어 지쳤거나 외롭다면 살며시 마음속 동굴로 들어가 지친 나를 보듬어 안아주어야겠지요.
그러고는 두 번째로 클라우드 댓글을 참고하여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뜨끈뜨끈 차 한 잔과 엄마가 보내준 밀감을 이만큼 싸 들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해리 포터를 정주행을 하는 거지요. 우리에게는 쉼이 필요하고 겨울은 쉼의 계절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따뜻한 봄이 와 기지개를 피려면 우선 겨우 내 잠을 푹 자야 하니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제게 맞는 매트리스나 침구도 주문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 꾸린 침실에서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면 묵은 때를 씻어내어 산뜻하게 청량한 겨울을 맛보는 것입니다.
뜨신 물로 목욕재계를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1년간 묵은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들고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겁니다. 차곡차곡 쌓아 온 나의 1년을 정독하며 누가 알아봐 주지 않는 나의 고생, 그리고 고생, 그리고 또 개고생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죠. 얼어붙은 듯 보이는 땅이라도 새로 씨앗을 품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누가 알아차려 주길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이미 겨울이 성큼, 와버렸으니까요. 셀프 칭찬 아낌없이 해주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올겨울, 저도 따뜻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이런 방법을 생각해 두더라도 만약 제가 혼자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렇게 글을 쓰기 전에 많은 사람들의 위로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주말에 독서모임의 친구들과 워크숍을 했는데요, 하룻밤이 아쉬울 만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오랜만에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또 제가 원주로 오기 전, 같이 고생하며 활동했던 동료이자 친구가 저를 보러 원주에 찾아와 별것 없는 저의 일상을 특별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답니다.
지금의 저, 그리고 과거의 저를 여전히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 삶이 아무리 망한 듯 보여도 상관 않고 곁을 데워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혼자서 하는 노력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최고의 힐링 치트키 아닐까요?
여러분도 올 한 해, 한 계절을 보내고, 다음 계절을 보내고 또다시 한 계절을 보내시면서 많은 일들을 겪으셨을 테지요. 그 많은 순간들, 관계들, 감정들을 통과해 오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이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니 우리 모두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자연스레 온기가 차오르는 봄이 오면, 한 템포 쉰만큼 큰 걸음을 내디디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잊지 말자고요.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