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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53 '가장 뜻 깊었던 나의 크리스마스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12.27
  • 조회수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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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53 '가장 뜻 깊었던 나의 크리스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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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읽는 즐거움!

누구나 살면서 가장 비관적인 시절이 있습니다. 온 동네에 나무들에 전구가 달리고 솜으로 눈을 대신하고 거리에는 캐럴이 들려오고 흰색과 빨간색, 녹색으로 세상이 물드는 시간. 저마다 빨간 목도리를 하고 가족과 애인과 케이크와 선물을 주고받는 행복한 한때, 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내 생일도 아니고 남의 생일에 왜 이렇게 야단이야?'하고 삐죽거리곤 했습니다. 비관적으로 살아온 시간이 여러 해라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미취학아동 시절 할머니와 손잡고 교회를 다녔던 저는 크리스마스가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라는 것과 큰 별이 어쩌고 동방박사가 어쩌고 목자가 어쩌고 마리아가 어쩌고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착한 아이가 되는 것에 매번 실패하면서 내가 기쁠 일이 없으니 크리스마스에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는 무서운 자낳괴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굴뚝이 없어 우리 집에 못 오냐고 산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 실은 어린 시절 집이 잘 살거나 화목하지 못해서 나와 달리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이런 기념일마다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부럽고 슬퍼져 크리스마스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는 '예수가 태어났는데 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뭐.' '지금 세상이 왜 이 모양인 건 왜 때문인데 왜.' 하고 냉소적으로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런데 최근 한 동화책을 읽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친구들과 수업을 하기위해 선정한 책인데 ⌜하얀 양들의 특별한 밤 소풍, 울리히 후프⌟라는 동화로 성경에 나온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목자가 키우던 일곱 양들의 입장에서 다시 쓴 이야기입니다. 하얀 양들은 저마다 한 구석이 아프거나 괴상한데요, 자신들이 모두 몇 마리인지 세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친구들입니다. 별이 환한 어느 한밤중에 깨어난 이 친구들은 목자가 없어져 벌벌 떨었지만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러 갔다는 사실을 듣고 다 같이 길을 떠납니다.

뒤늦게 마구간으로 향하면서 자꾸만 사라지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또 찾으러 가고, 또 되돌아가다보니 마구간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방문객이 떠나고 아기 예수도 없었지만 양들은 그저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마리의 양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 같이 도착하기 위해 애쓰는 양들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알고 살피는 양들의 모습이 예수라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보다 공감이 되기 때문이겠죠. 초등학생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공부하기 위해 어린이 책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청소년기 이후 비문학만 주구장창 읽던 저에게 다시 문학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또 가끔은 어린이 책을 읽으면 왠지 위로도 되고 당시를 떠올리면서 ‘이 책을 그 때 봤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부러 어린이 책을 찾아 읽으며 저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리스마스를 '남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라며 비아냥거리지는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글을 마치며 제 ‘아하!’의 순간을 대변하는 조은수 작가님의 ⌜하얀 양들의 특별한 밤 소풍⌟ 추천사 일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죄다 아픈 주제에 이들에게는 놀라운 미덕이 있다.
"널 빼고 갈 순 없잖아. 양 한 마리도 잃어버리면 안 된단 말이야."
별생각 없이 키득거리다가 이 대목에선 눈물이 찔끔 났다. 어딘가 성치 않은 양들끼리 이토록 우애가 깊다니. (중략) 그리고 일곱 마리 양들이 부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한다. 혼자 잘난 척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가 사는 맛이라고. 그게 그분이 온 까닭이고.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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