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클라우드

원주이야기56 '나의 새해 첫 OO은?'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01.17
  • 조회수 508

게시글 추천

이 글이 맘에 드시면 를 눌러주세요.

원주이야기56 '나의 새해 첫 OO은?'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해니 rlatndus,가영,선화,미니,콩

→ 클라우드 게시판 보러가기


[첫마음]


‘처음’은 퍽 설레는 단어입니다. 거기에는 새로움, 미지(未知), 낯섦, 기대, 수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죠. 그래서 만해 한용운은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을 이야기했고, 김남주는 ‘첫눈이 내리는 날은 캄캄한 밤도 하얘지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고 이야기했을 겁니다. 가장 강렬한 순간은, 대개 무언가를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에 옵니다. 한때 저는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을 읽고, 처음으로 조선을 벗어나 해외 문물을 마주했던 보빙사(報聘使)들을 몹시 부럽게 여긴 적도 있었답니다.

설렘을 떠나, 처음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오는 일들은 처음을 기준으로 삼게 되기 때문이죠.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라는 속담은 아주 친숙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마지막 단추가 갈 곳이 없어지는 경험은 다들 한 번쯤 해보잖아요. 거미가 거미줄을 칠 때에도 처음이 가장 중요해서, 질기고 튼튼한 첫 줄이 나올 때까지 치고 거두고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처음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해 애쓰고,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데뷔일을 기념하고, 매일 똑같이 뜨는 태양이라도 1월 1일에만은 정동진이나 성산일출봉에 찾아가 특별히 맞이하곤 하죠.

이번 클라우드는 시민 여러분들의 ‘새해 첫 ○○’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먹방의 민족답게 새해 첫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보이네요. 새해 음식으로 유명한 떡국, 치킨 대신 견과류를 택했다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떡국은 전통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음식입니다. 가래떡의 긴 모양은 장수(長壽)를, 썰고 난 후의 둥근 모양은 엽전과 비슷해 번창과 풍요를 상징하죠. 견과류를 택하신 분 역시 건강한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해 건강한 일 년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담으셨네요. 이처럼 새해의 처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는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예시글 덕분인지 ‘새해 첫 ○○’으로 ‘노래’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는데요. 새해 첫 곡으로 한 해의 운세를 가늠하는 문화는 사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5년 연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최초였던 것 같아요. 그때 글쓴이가 예시로 들었던 노래가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였죠. 처음 듣는 노래처럼 한 해가 지나간다는 말은 꽤 그럴듯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어떤 노래든 손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의미를 담아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셈이죠. 그 덕분인지 이 미신(?)은 차츰 퍼져나가, 2019년 1월 1일 자정이 지난 직후에는 조빈의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이 실시간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제법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언론에서 새해를 맞기 좋은 음악을 꼽는 기사를 내보내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새해 첫 곡 추천을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등 젊은 세대의 새해 문화로 완연히 자리잡은 모양새입니다.

대개 새해 첫 노래로는 희망차고 당당한 노랫말, 상쾌하고 힘찬 분위기의 곡을 꼽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올해는 새해 첫 곡을 골라 들으려 했는데, 평소 가사를 중시해 듣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조금 어렵더군요. 결국 무작위로 재생한 결과 새해 첫 곡으로 가사가 없는 재즈를 들었습니다. 모든 음악은 창작자의 고민이 들어간 귀한 결과물이므로, 어떤 노래를 듣든 그 나름대로 한 해가 괜찮게 흘러갈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 소개하려고 합니다. 동화작가 정채봉이 쓴 ‘첫마음’이라는 시예요. 전문을 인용할 순 없고, 첫 연만 살짝 보여드립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며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아직 ‘새해 첫 시’가 없다면, ‘첫마음’을 새해 첫 시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공유서비스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시려면 클릭 후 공유 해 주세요.

  • URL 복사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