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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60 '이야기 모임으로 나누고 싶은 주제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02.14
  • 조회수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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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60 '이야기 모임으로 나누고 싶은 주제는?'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더나은,sunny,정윤주,노정훈,진현,주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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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임에 진심인 이유]

저는 나고 자란 곳에서 반 오십을 살며 그리 넓지 않은 인간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저는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피거나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성격도 아니고 다소 예민한 편에 융통성이 없어 사람들이 기대하는 싹싹함과 예의 바름은 그저 내킬 때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람을 싫어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단지 깊지 않은 인간관계가 힘들 뿐이죠. 달리 말하자면 사람들을 만나 겉치레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의 삶이 온통 돈을 버는 일과 사회생활로만 가득 차 있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 슬픕니다.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어도 우리는 매일 씻고, 밥을 먹고, 하늘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런 하루하루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오롯이 집중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요. 저는 이렇게 일상 속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온종일을 이렇게 보내더라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밀한 대화를 하지 못하면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제가 타지 생활을 하며 처음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는 것이 쉬웠을 리가 없었죠.

이런 제가 원주에 와서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저는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마치 아침에 짝꿍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가끔 밤 산책을 나갔다 오는 일을 후회하지 않는 것처럼요. 힘을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만나는 독서모임은 타지 생활을 하는 저에게 소중한 숨 쉴 틈이 되어주었습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저에게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모임을 찾고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저 흘러가는 시간처럼 나도 같이 흘러가버릴 때 문득 찾아오는 공허나 허탈함 때문일지도 모르고 또는 좋은 친구들을 혹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귈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 사실 우연한 기회에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얼결에 독서 모임 초대에 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목적과 이유가 생기는지도 모릅니다.

모임이란 공통의 관심사 혹은 목표를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하는데 그저 모인다고 모임의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모이는 사람의 구성과 또 공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눕니다. 모임마다 그 목적과 방식이 다르지만 구성원들은 만나는 순간 소통을 시작합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또 듣는 것이죠. 이 안에서 서로 교차하며 만나는 지점들이 참 매력적입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였지만 우리는 모두가 다르고, 또한 다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구성원들의 성장 배경과 경험이 다채로울수록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다양해집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바쁘게 살아가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생각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듯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것, 그래서 나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이자 우리가 이토록 모임에 진심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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