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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63 '봄이되면 추천하고 싶은 원주의 스팟'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03.07
  • 조회수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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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63 '봄이되면 추천하고 싶은 원주의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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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기온이 퍽 따뜻해졌습니다. 지난 주말 맑은 햇살을 쬐고 서 있으려니 정말로 봄이 오고 있다는 실감이 나더군요. 이번 주엔 겨우내 살갗처럼 입고 다니던 롱패딩을 세탁소에 맡길 예정입니다. 클라우드에도 성큼 다가온 봄을 기대하며 여러 단어가 모여들었습니다. 동화마을 수목원, 뮤지엄 산, 행구동 수변공원 등 소풍 가기 좋은 근교의 장소 이름이 있네요. 날이 풀리니 야외 활동도 늘어나겠지요.

봄이 온다고 생각하면, 저는 가곡 ‘봄이 오면’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로 시작하는 소박하고 따뜻한 이 노래에 아마 다들 익숙하실 겁니다. ‘봄이 오면’은 우리나라 서정 가곡의 틀을 잡은 유명한 작품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학창 시절 가창 수행평가를 본 이래, 저는 이 곡을 늘 좋아하고 있습니다(비록 원작 시를 쓴 김동환 시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였지만요…).
노랫말처럼, 봄은 꽃을 빼놓고선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계절입니다. 눈이 녹으면 신록보다도 앞서 알록달록한 꽃이 세상을 뒤덮죠. 곳곳에 피어난 꽃무리를 보노라면 괜스레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나는 것 같이 노글노글해지고요.

꽃을 사랑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문화입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백제 진사왕(재위 385~392)이 궁궐에 여러 종류의 꽃을 심어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신라 성덕왕(재위 702~737) 시기, 아름다운 귀부인을 위해 절벽의 철쭉을 꺾어 바친 노옹의 ‘헌화가’는 천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봄을 맞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일을 상춘(賞春)이라 했습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봄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꽃을 보며 시를 짓거나 거문고를 탔죠. 특히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시는 일은 ‘매화음(梅花飮)’이라고 불렸는데, 천재 화가 김홍도(1745~1806?)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음에도 그림을 팔아 번 삼천 냥 중 이천 냥으로 매화나무를 사들이고 팔백 냥으로 친구들과 술잔치를 벌였다고 하더군요.
귀천을 막론하고 상춘으로 가장 널리 사랑받은 꽃으로는 진달래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백성들은 진달래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기고, 꽃을 따다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거나 술을 담가 마시며 봄을 만끽했죠. 김소월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사뿐히 즈려밟고’ 갈 꽃으로 진달래를 선택한 것은, 결국 진달래가 우리 민중을 상징하는 꽃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벚꽃이 적극적으로 식재되면서는 관앵(觀櫻)이라는 새로운 꽃놀이가 등장했습니다. 전기가 보급된 후로는 밤 전등불 아래 벚꽃을 보는 야앵(夜櫻)도 시작되었죠. 비교적 계급이 유별(有別)하고, 자연을 느긋하게 음미하던 상춘 문화는 근대에 접어들며 도시적‧향락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벚꽃은 대표적인 봄나들이 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런 고로, 봄의 장소로는 아무래도 꽃이 있는 곳을 꼽아야 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태장동 흥양천 둔치의 금계국, 서곡리 용수골의 꽃양귀비, 흥양리의 꽃창포, 단계동의 장미가 떠오르네요. 어째 늦봄부터 여름의 초입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이라, 상춘이라 하기엔 아쉽습니다.
마침 클라우드의 ‘연세대 벚꽃 구경’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매지저수지 한편을 감싸고 이어지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벚꽃길은 정말 아름답죠. 미래캠퍼스 학생들은 이 벚꽃길을 ‘키스로드’라고 부릅니다. 아직 가로등이 설치되기 전엔 연인들이 몰래 거닐기 좋았거든요. 늘 중간고사 기간에 벚꽃이 만개하다 보니, 달콤한 청춘의 사랑보다 시험에 쫓겨 불안한 마음으로 거닐었던 기억이 더욱 강렬하지만요. 코로나19 때문에 캠퍼스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이 벚꽃길을 구경하기가 어려웠고, 올해도 아마 매지리로 꽃구경을 가긴 어려울 듯합니다. 대신 다른 벚꽃 ‘스팟’을 추천해 드려야겠어요.

원주의 벚꽃 하면 먼저 반곡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41년 문을 연 조그맣고 오래된 역사, 그 앞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는 두 그루의 왕벚나무는 정말이지 아주 근사하거든요. 1960년대 반곡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이 구해다 심은 것이라 하니, 반세기도 훌쩍 넘게 살아낸 고목입니다.
원주에서 가장 유서 깊은 벚꽃길은 단구로, 성원아파트 앞 청산사거리에서 치악체육관으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1980년 전국소년체전 개최를 준비하며 조경을 위해 심었던 것이라고 해요. 아쉽게도 2013년 원주종합체육관(원주 DB프로미 홈구장)을 신축할 때 상당수가 고사하는 바람에 지금은 몇 그루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대신(?) 치악체육관과 종합운동장, 치악예술관, 젊음의광장과 국민체육센터까지 일대 곳곳에 왕벚나무가 잔뜩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봉평교에서 태학교 사이 300m 가량에도 오래된 왕벚나무들이 있습니다. 원주천과,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오래된 철교를 바라볼 수 있어 아주 운치 있는 곳이죠. 강변로를 따라 태학교에서부터 정지뜰 앞까지 약 500m에는 좀 더 나중에 식재된 왕벚나무들이 이어져 있고요.
2000년대 초반 신시가지와 도로를 정비할 때 왕벚나무 가로수를 수백 주 심은 덕분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벚꽃길도 꽤 많습니다. 원주시청 앞에서 시작해 단관교차로를 지나 관설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시청로 약 6km, 거기서 동부순환로를 따라 행구동 화실1교까지 약 3.5km, 근처 화실사거리에서 행구로를 타고 흔히 ‘행구동 길카페촌’라 불리는 꽃밭머리교까지 약 3km. 죽 이어 보면 서에서 동, 반시계방향으로 시내를 크게 두르는 모양새입니다. 좀 더 안쪽으로는, 치악초등학교 부근 황소마을길 입구에서 원주한지테마파크 앞 한지공원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1km, 곧장 성원아파트 앞 청산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무실로 약 700m도 있습니다. 한지공원사거리 인근 한글어린이공원에도 왕벚나무가 가득합니다.
특히 저의 ‘최애’는 금대초등학교에서 단구동 병영교까지 원주천을 따라 금대길‧세교길‧섭재삼보길‧유만길로 이어지는 약 5km 구간입니다. 마을 농로로 이용되는 좁은 외길이다 보니,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딱 좋은 낭만적인 벚꽃길이죠. 병영교 앞에서 원주천으로 내려서면 월운정길 아래로 왕벚나무들이 조금 더 이어지고요. 2017년부터는 이 일대에서 ‘반곡관설동 원주천 벚꽃축제’도 열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역시나 ‘걷기’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축제가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지만요.

어째 제가 좋아하는 벚꽃길 이야기만 너무 길게 하고 말았네요. 사실 생각해 보면,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부러 유명한 곳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골목길 갈라진 바닥 틈 오랑캐꽃에서, 아파트 단지 울타리의 흐드러진 개나리에서, 동네 초등학교 교정의 목련 송이에서, 하다못해 방 창가의 작은 화분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봄은 정말로, ‘산에 들에’ 어디나 찾아와 ‘내 마음도’ 함께 피어나는 그런 계절이니까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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