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지영, 가영, 정윤주, 쀼, 박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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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와 재구성, 파괴를 통한 창조]
여러분, 봄 좋아하시나요? 저희 동네는 비가 왔는데 원주 일부 지역에는 눈이 와 쌓일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꽃샘추위가 아주 매서운데요, 저의 고향인 제주도도 3월 이면 비와 바람을 몰고 오는 영등할망(할망:할머니라는 제주 방언이면서 여신이라는 뜻을 지님) 덕분에 날이 매우 춥답니다. 예로부터 인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의 힘을 신의 분노 혹은 변덕이라 여기고 이를 달래기 위해 축제를 벌이곤 했지요. 영등할머니는 바람을 관장하는 풍신으로 해녀와 어부들의 1년 농사를 돕는 풍요의 신이기도 합니다. 영등신앙은 한반도 중부 이남 지역에 두루 분포해 있는데 내륙에서는 농사의 신으로 여기기도 하고 주로 바람이 생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바다마을에서 크게 모셔지곤 합니다. 영등할망이 제주를 찾는 약 보름동안 제주 사람들은 바닷일을 나가지 않고 영등할망이 오는 날과 떠나는 날 ‘영등굿’을 합니다.¹
이렇듯 축제는 전통적으로 종교적 제의를 포함하곤 합니다. 플라톤은 신이 인간에게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보내 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바로 축제라고 말합니다. 그리스 시대에 신의 장난감에 불과한 인간들이 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경기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노래하고 춤을 춘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놀이-paidia의 어원이 paides(아이들)과 paideia(교육)과 같다는 사실을 통해 플라톤이 말하는 놀이의 속성은 모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 및 학습은 아이들의 고유하고 대표적인 행위방식인 따라하기, 재현하기, 즉 모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² 제주 영등굿의 의례 중 하나인 ‘씨드림(씨 뿌림)’도 영등할망이 해녀 채취물의 씨를 뿌리는 모습의 모의행위, 즉 모방으로 해녀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좁씨를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녀들이 뿌리는 좁씨는 영등할망이 뿌리는 미역, 전복, 소라의 씨를 대신하는 것이죠.¹
또한 우리말의 축제로 해석되는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의 “carnevale” 혹은 “carnem levare”로써 “고기여, 그만” 혹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부활절 이전까지의 기간인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예수의 고난을 상기하며 육식을 금했기 때문에 그 전에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즐기는 카니발을 ‘사육제(謝肉祭)’(고기와의 이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축제, 즉 놀이를 통해 예수의 수난을 모방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네요.
러시아 문예 비평가 바흐친(M.Bakhtin)은 카니발을 가리켜 ‘모든 위계질서와 특권, 규범, 금기사항이 일시 정지된 채 성장과 변화, 재생이 있는 연회’³이자 ‘창조적 파괴 정신과 생명력을 소생시키는 패러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축제의 모방적 면모를 또 다른 방식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데요, 카니발은 수많은 패러디와 희화화, 외설, 익살스러운 해프닝을 통해 기존 사회에 대한 전복을 꾀합니다. 카니발의 세계 속에서 이러한 놀이를 이끄는 이는 바로 ‘광대’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면을 쓰거나 광대의 연기를 통해 즉, 모방을 통해 웃음과 위로를 얻고 세상에 균열을 내며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카니발은 우리 사회에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 이들에게 가능성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축제 중에 이러한 모습이 다채롭게 어우러졌던 축제로는 단연 ‘퀴어 문화 축제’가 떠오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억압받고 차별받으며 가시화되지 않았던 존재들이 광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 ‘들어와’ 스스로 광대가 되어 자연과 세계에 대한 자기만의 이해 방식으로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신들의 세계를, 즉 이데아를 모방하며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현실의 수난을 잊어버린 채 사회적 통념을 전복시키는 환희의 한 마당! 언젠가 원주에서 강원도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비 온 뒤에 뜰 무지개를 기다려 봅니다.
(1) [네이버 지식백과] 영등제 (한국세시풍속사전))
(2)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호모루덴스를 위한 철학사> 정낙림, 책세상 (2017)
(3) <라블레와 그의 세계(Rabelais and His World)> 미하엘 바흐친, (1965)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
참여해주신 분들: 김지영, 가영, 정윤주, 쀼, 박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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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와 재구성, 파괴를 통한 창조]
여러분, 봄 좋아하시나요? 저희 동네는 비가 왔는데 원주 일부 지역에는 눈이 와 쌓일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꽃샘추위가 아주 매서운데요, 저의 고향인 제주도도 3월 이면 비와 바람을 몰고 오는 영등할망(할망:할머니라는 제주 방언이면서 여신이라는 뜻을 지님) 덕분에 날이 매우 춥답니다. 예로부터 인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의 힘을 신의 분노 혹은 변덕이라 여기고 이를 달래기 위해 축제를 벌이곤 했지요. 영등할머니는 바람을 관장하는 풍신으로 해녀와 어부들의 1년 농사를 돕는 풍요의 신이기도 합니다. 영등신앙은 한반도 중부 이남 지역에 두루 분포해 있는데 내륙에서는 농사의 신으로 여기기도 하고 주로 바람이 생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바다마을에서 크게 모셔지곤 합니다. 영등할망이 제주를 찾는 약 보름동안 제주 사람들은 바닷일을 나가지 않고 영등할망이 오는 날과 떠나는 날 ‘영등굿’을 합니다.¹
이렇듯 축제는 전통적으로 종교적 제의를 포함하곤 합니다. 플라톤은 신이 인간에게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보내 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바로 축제라고 말합니다. 그리스 시대에 신의 장난감에 불과한 인간들이 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경기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노래하고 춤을 춘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놀이-paidia의 어원이 paides(아이들)과 paideia(교육)과 같다는 사실을 통해 플라톤이 말하는 놀이의 속성은 모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 및 학습은 아이들의 고유하고 대표적인 행위방식인 따라하기, 재현하기, 즉 모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² 제주 영등굿의 의례 중 하나인 ‘씨드림(씨 뿌림)’도 영등할망이 해녀 채취물의 씨를 뿌리는 모습의 모의행위, 즉 모방으로 해녀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좁씨를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녀들이 뿌리는 좁씨는 영등할망이 뿌리는 미역, 전복, 소라의 씨를 대신하는 것이죠.¹
또한 우리말의 축제로 해석되는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의 “carnevale” 혹은 “carnem levare”로써 “고기여, 그만” 혹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부활절 이전까지의 기간인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예수의 고난을 상기하며 육식을 금했기 때문에 그 전에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즐기는 카니발을 ‘사육제(謝肉祭)’(고기와의 이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축제, 즉 놀이를 통해 예수의 수난을 모방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네요.
러시아 문예 비평가 바흐친(M.Bakhtin)은 카니발을 가리켜 ‘모든 위계질서와 특권, 규범, 금기사항이 일시 정지된 채 성장과 변화, 재생이 있는 연회’³이자 ‘창조적 파괴 정신과 생명력을 소생시키는 패러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축제의 모방적 면모를 또 다른 방식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데요, 카니발은 수많은 패러디와 희화화, 외설, 익살스러운 해프닝을 통해 기존 사회에 대한 전복을 꾀합니다. 카니발의 세계 속에서 이러한 놀이를 이끄는 이는 바로 ‘광대’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면을 쓰거나 광대의 연기를 통해 즉, 모방을 통해 웃음과 위로를 얻고 세상에 균열을 내며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카니발은 우리 사회에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 이들에게 가능성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제까지 경험한 축제 중에 이러한 모습이 다채롭게 어우러졌던 축제로는 단연 ‘퀴어 문화 축제’가 떠오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억압받고 차별받으며 가시화되지 않았던 존재들이 광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 ‘들어와’ 스스로 광대가 되어 자연과 세계에 대한 자기만의 이해 방식으로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신들의 세계를, 즉 이데아를 모방하며 내일이면 다시 시작될 현실의 수난을 잊어버린 채 사회적 통념을 전복시키는 환희의 한 마당! 언젠가 원주에서 강원도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비 온 뒤에 뜰 무지개를 기다려 봅니다.
(1) [네이버 지식백과] 영등제 (한국세시풍속사전))
(2)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호모루덴스를 위한 철학사> 정낙림, 책세상 (2017)
(3) <라블레와 그의 세계(Rabelais and His World)> 미하엘 바흐친, (1965)
날콩이 | 강원도에 살래 온 섬따이 이우다. 자주 보게 마씀~ (강원도에 이주한 섬 아이 입니다. 자주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