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클라우드

원주이야기67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정기구독 콘텐츠가 있다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04.04
  • 조회수 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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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이야기67 '나의 일상을 채워주는 정기구독 콘텐츠가 있다면'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지영, 가영, 정윤주, 임창균, 김휘강, 장진원,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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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 낯설지 않은 시대]

며칠 전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봤습니다. 애플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제품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는데요. 삼성전자도 2020년 출시했다 중단된 스마트폰 구독 서비스 ‘삼성 액세스’를 재개한다고 하더군요.

‘구독’란 말이 여상한 시대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the-top) 서비스는 젊은 세대에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고, 일상에서도 구독으로 온갖 다양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죠. 저도 꽤 여러 가지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잡지입니다. 요즘은 민음사의 인문 잡지 『한편』과, 보스토크 프레스의 사진 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을 정기 구독하고 있어요.

사실, 출판물이야말로 구독 서비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구독 판매 서적으로 알려진 것은 1617년 영국에서 발간된 『언어에 대한 안내서(Ductor in linguas)』입니다. 저자인 존 민슈(John Mincheu)는 인쇄 비용이 부족해, 당시 보험 등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던 구독 방식을 사용했다고 해요. 당시 구독은 투자와 기부가 혼재된 형태로, 요즘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느낌이었죠. 이후 1800년대에 이르러 구독은 신문·잡지 등 출판업계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출판물 구독은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합니다. 해가 뜨기 전부터 골목마다 신문을 배달하는 풍경은 가난한 젊음의 대표적인 이미지잖아요. 이후 구독 서비스의 양상이 변화한 것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메일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구독하기 시작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이 1997년 1월 처음으로 디지털 신문 구독 상품을 내놨고, 다른 매체들도 속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고도원의 아침 편지’를 비롯해 몇몇 뉴스레터를 구독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술이 발달하고 점점 많은 데이터가 손쉽게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제공되는 정보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음성, 영상으로도 확장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실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있는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죠.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구독 서비스의 유형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무제한형은 무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클라우드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역시 멜론·벅스 등 음원 서비스와 넷플릭스·웨이브·디즈니플러스·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름을 많이 꼽아주셨어요. 저도 북디자인 프로그램과, 온라인 저장공간인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월정액을 내고 즐기는 온라인 게임도 있고요. 한정판 게임 CD 구입을 위해 용돈 모으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지네요.

두 번째, 정기배송형은 정해진 날 주기적으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형태입니다. 클라우드에서도 전통주 구독 서비스, 콘셉트에 맞추어 차와 다과가 배송되는 티패키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댓글이 있더군요. 저도 매달 속옷을 한 세트씩 배송해주는 서비스와, 월경 주기에 맞추어 생리대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한 꽃 정기 배송도 딱 한 번이지만 시도해봤고요.

세 번째, 렌탈형입니다. 자동차·정수기·비데·안마기 등 가격대가 높은 기기를 이용할 때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형태죠. 관련 스타트업도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명품 옷이나 미술품, 가구 등 생각지도 못했던 품목들을 구독할 수 있더군요. 하긴, 미국에서는 굴삭기·불도저 등 산업용 중장비 회사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경제 활동을 일컬어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합니다. 이 표현을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알려진 사람은 미국의 사업가 티엔 추오(Tien Tzuo)인데요. 그는 과거 120년을 지배했던 기업 위주의 ‘제품 경제’ 시대가 끝나고 ,구독 경제가 산업 영역 전반에서 힘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죠. 실제로 최근 몇 년, 구독 비즈니스 기반 기업은 전통적인 제조 기업보다 월등히 빠른 수익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독 경제에서는 고객과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 번 물건을 매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니까요. 상호작용이 자주, 원활히 이뤄질수록 데이터가 축적되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고객의 만족도도 높아지겠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몇 달 동안 구독하다 보면 제법 그럴싸하게 취향에 맞는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는 것처럼요.

문득 떠오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구독 경제가 발달했다는 미국에도 ‘야쿠르트 아줌마’나 ‘방문학습지 선생님’이 있을까요? 구독이 낯설지 않은 시대, 최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끝도 결국 개인화(個人化)에 가 닿는다 생각하니, 왠지 여전한 기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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