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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0 '요즘 핫한 ‘부캐’(부캐릭터)활약, 여러분은 어떤 ‘부캐’가 되어보고 싶나요?'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07.19
  • 조회수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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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이야기30 '요즘 핫한 ‘부캐’(부캐릭터)활약, 여러분은 어떤 ‘부캐’가 되어보고 싶나요?'
<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민지, 주상미, 제이호, 유미, 유한솔, 유리, 김진범, 하영, 완다,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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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들의 세상을 꿈꾸며]

학창시절 저는 게임을 꽤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RPG를 좋아했죠. RPG는 롤플레잉 게임(Role-Playing Game)의 준말로, 직역하자면 참가자들이 캐릭터 역할을 맡아 연기하며 진행되는 게임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자면 ‘마피아 게임’ 같은 것이 RPG라고 할 수 있어요. 참가자들이 마피아, 경찰, 시민 등의 역할을 하게 되니까요.

비디오 게임이 시작되고 이어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RPG는 참가자들이 캐릭터를 조작해 육성하고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게임을 칭하게 됩니다. 밤늦게 방에 불을 끄고 부모님 몰래 ‘랑그릿사’, ‘파랜드 택틱스’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90년대 게임들은 요즘 ‘고전게임’이라고 불리더군요. 참가자는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해 모험을 떠나고, 결국 최종 보스를 쓰러뜨려 엔딩을 보게 됩니다.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RPG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정해진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디자인해 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거죠.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해봤지만, 저는 ‘엑사인’과 ‘마비노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비노기에서 저는 은발의 소년 캐릭터를 만들어 음유시인으로 육성했어요. 그러나 악기 연주와 채집 따위에만 치중한 캐릭터는 너무 약해서 사냥이나 전투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캐’를 만들게 됐어요. 부캐는 흑발의 소년 캐릭터로, ‘본캐’를 키우며 쌓은 노하우와 자금력이 합쳐져 금세 레벨 업을 할 수 있었죠.

부캐.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키우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일컬어 생겨난 이 단어가 현실 세상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은 근래의 일입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부캐라는 개념에 익숙한 세대가 이제 문화를 이끌어갈 연령대가 되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보다도 아마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부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일 겁니다. 2018년 ‘쇼미더머니’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성 래퍼가 ‘마미손’이라는 부캐로 신인인 것처럼 참가한 것이 부캐 열풍의 시작으로 여겨지고요. 이어 2019년 국민 MC라고 불리는 개그맨이 ‘유산슬’이라는 부캐로 트로트 가수 데뷔를 하면서 전 세대에 부캐라는 단어가 받아들여졌죠. 이제는 TV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부캐를 사용하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아주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부캐라는 개념은 낯설지 않습니다.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데, 심리학적으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인격을 말합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일찍이 인간에게는 천 개의 페르소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사람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르신 앞에서와 친구 앞에서 행동이 같은 사람은 드물 겁니다. RPG가 본래 ‘어떤 역할을 연기하는’ 게임이었다는 점과도 연결 지을 수 있겠죠.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필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필명은 본래의 나 외에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는 아주 유서 깊은 사례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 현대 시조의 시효로 여겨지는 ‘혈죽가(1906)’를 쓴 사람은 ‘대구여사(大丘女史)’라는 필명을 썼어요. 필명은 단순하게 사생활과 작품을 구분하기 위해서, 또 글의 분위기나 장르에 따라, 혹은 기존 작품의 그늘을 탈피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성차별을 피하기 위해 남성 이름을 사용한 여성 작가 등 권력의 억압을 피하기 위해 가명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다양한 부캐를 사용한 예술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인터넷과 SNS가 대중화되면서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즉 온라인에서 표출되는 다중정체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고, 이것이 현실로 옮겨오면서 부캐와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 등의 신조어가 등장한 셈이죠.

RPG에서 부캐를 키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본 캐릭터를 잘못 키워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또는 본 캐릭터로 하지 못하는 나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등등. 한 줄로 압축하자면 ‘게임을 더욱 즐기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죠. 클라우드에 모인 시민들의 희망 부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실현하고 싶어서, 어릴 때 꿈이어서, 잘하는 것을 재능 기부하고 싶어서, 동경하고 있어서, 전부터 하고 싶어서. 결국 부캐 열풍은 ‘삶을 더욱 즐기기 위해서’의 구체적인 표현이 아닐까요. 사회적으로 공고한 본캐가 있음에도 우리는 부캐를 꿈꿉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추구하니까요. 여러분의 부캐가 활약하는 그날을 응원합니다.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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