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전시 기획자
도자기 공예가 강혜연님」
01. l 선생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명륜동에서 작은 도자기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체험도 하고 가끔 흙그림 그릴 자료를 찾기 위해 원주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어요.
낡고 오래된 것들, 시선을 머물게 하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있어요.
@___garam_
02.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추억이 있으실까요?
작은 아이가 4살 때 원주에 내려왔는데 그 아이가 며칠 전 군 입대를 했어요.
원주에 살며 아카데미 극장에 몇 번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구동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들어섰어요.
그렇게 어느 순간 아카데미를 잊고 지내게 되었어요.
작년 중천철학도서관에서 ‘근대문화 콘텐츠와 도시재생’ 이라는
원주의 근대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강의를 들었어요.
강의 중 다큐멘터리 ‘씨도로’를 잠깐 보여주셨는데
강의가 끝나고도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 먹먹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후로 ‘안녕 아카데미’ 행사를 꼼꼼히 살펴보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신청해
아카데미극장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03. l 작년에 아카데미극장에서 진행하신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 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Bolivia, 2010. 사진 박노해
박노해님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시 일부에요.
이 글이 주는 통찰력에 매료되어 많은 고민 끝에 한 구절을 인용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카데미극장이야말로
정직하게 순명하며 살아남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원주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싶었어요.
원주의 오래된 골목의 모습, 씨도로 간판들, 아카데미극장, 학성동 원주역
그리고 남산 추월대에서 바라본 원동성당의 모습을 담은 전시였어요.
04.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강원문화재단 지원으로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보통은 전시를 하면 예술관이나 스튜디오를 대관하거든요.
작업을 준비하며 전시공간에 대한 마음이 아카데미로 향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씨도로’를 보고 나서
그리고 ‘안녕 아카데미’ 행사에 시민으로 참여하며 특별한 감성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여정님의 대사로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애써서 해”
05.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많아요. 우선 전시공간에 대한 우려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설치 면에서 우려하는 부분이었지만
결국 아카데미극장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개인 전시였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들 덕분에 함께하는 전시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극장 전시 관련 문의가 있었어요.
아카데미극장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다양한 문의가 SNS 메시지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직접 관람하러오신 작가님도 계셨구요.
마지막으로 도록을 제작하면서 마지막 페이지에 작품의 좌표를 남기고 싶었어요.
나중에라도 좌표를 이용해 주소를 찾을 수도 있고 사라졌던 공간을 기억할 수도 있잖아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작품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 또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 같아요.
06.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전시는 어떤 느낌이셨나요?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오래되고 낡았지만 나날이 깊어지고 새로워지는 공간에서의 일주일은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준비과정의 어려움은 잊고 순간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추위도요.
12월, 아마 가장 추웠고 코로나 확진자도 갑자기 늘어났던 시기라 여러모로 조심스럽게 전시를 진행하고
전시 홍보 역시 수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조금은 아쉽게 남아있어요.
07.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이 있으실까요?
극장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반했던 공간은 정원이에요.
정원의 앙상한 나무, 돌, 정원을 마주한 흰 벽의 못,
그 벽에 세워져 있는 두 개의 삽자루, 이름 모를 빨간 열매가 달린 식물까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어요. 심지어 고양이까지도요.
그 공간을 믿고 전시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즐거운 경험이기도 했어요.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 애잔한 마음까지 훼손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카데미극장 자체가 작품이잖아요!
08. l 아카데미극장에서 다시 전시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으실까요?
다시 전시를 하게 된다면 작가 3~4명이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주제는 같지만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살림집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활용해도 특별한 전시가 될 거 같아요.
09.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아카데미극장이 어떻게 보존되어갔으면 하는지 여쭤볼게요.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카데미극장이
다양한 예술 분야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보존되었으면 해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요.
이건 개인적인 상상인데요,
작은 도시에 5개의 극장이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앞서간 문화라고 생각해요.
좀 더 발 빠르게 ‘원주국제영화제’를 꿈꾸어보아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자기 공예가 강혜연님」
01. l 선생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명륜동에서 작은 도자기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체험도 하고 가끔 흙그림 그릴 자료를 찾기 위해 원주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어요.
낡고 오래된 것들, 시선을 머물게 하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있어요.
@___garam_
02.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추억이 있으실까요?
작은 아이가 4살 때 원주에 내려왔는데 그 아이가 며칠 전 군 입대를 했어요.
원주에 살며 아카데미 극장에 몇 번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구동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들어섰어요.
그렇게 어느 순간 아카데미를 잊고 지내게 되었어요.
작년 중천철학도서관에서 ‘근대문화 콘텐츠와 도시재생’ 이라는
원주의 근대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강의를 들었어요.
강의 중 다큐멘터리 ‘씨도로’를 잠깐 보여주셨는데
강의가 끝나고도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 먹먹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후로 ‘안녕 아카데미’ 행사를 꼼꼼히 살펴보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신청해
아카데미극장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03. l 작년에 아카데미극장에서 진행하신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전시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 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Bolivia, 2010. 사진 박노해
박노해님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시 일부에요.
이 글이 주는 통찰력에 매료되어 많은 고민 끝에 한 구절을 인용하게 되었어요.
어쩌면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카데미극장이야말로
정직하게 순명하며 살아남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원주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싶었어요.
원주의 오래된 골목의 모습, 씨도로 간판들, 아카데미극장, 학성동 원주역
그리고 남산 추월대에서 바라본 원동성당의 모습을 담은 전시였어요.
04.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강원문화재단 지원으로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보통은 전시를 하면 예술관이나 스튜디오를 대관하거든요.
작업을 준비하며 전시공간에 대한 마음이 아카데미로 향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씨도로’를 보고 나서
그리고 ‘안녕 아카데미’ 행사에 시민으로 참여하며 특별한 감성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여정님의 대사로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애써서 해”
05.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많아요. 우선 전시공간에 대한 우려가 많았어요.
아무래도 설치 면에서 우려하는 부분이었지만
결국 아카데미극장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개인 전시였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들 덕분에 함께하는 전시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극장 전시 관련 문의가 있었어요.
아카데미극장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다양한 문의가 SNS 메시지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직접 관람하러오신 작가님도 계셨구요.
마지막으로 도록을 제작하면서 마지막 페이지에 작품의 좌표를 남기고 싶었어요.
나중에라도 좌표를 이용해 주소를 찾을 수도 있고 사라졌던 공간을 기억할 수도 있잖아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작품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 또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 같아요.
06.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전시는 어떤 느낌이셨나요?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오래되고 낡았지만 나날이 깊어지고 새로워지는 공간에서의 일주일은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준비과정의 어려움은 잊고 순간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추위도요.
12월, 아마 가장 추웠고 코로나 확진자도 갑자기 늘어났던 시기라 여러모로 조심스럽게 전시를 진행하고
전시 홍보 역시 수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조금은 아쉽게 남아있어요.
07. l 아카데미극장에서 전시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이 있으실까요?
극장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반했던 공간은 정원이에요.
정원의 앙상한 나무, 돌, 정원을 마주한 흰 벽의 못,
그 벽에 세워져 있는 두 개의 삽자루, 이름 모를 빨간 열매가 달린 식물까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어요. 심지어 고양이까지도요.
그 공간을 믿고 전시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즐거운 경험이기도 했어요.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중, 애잔한 마음까지 훼손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카데미극장 자체가 작품이잖아요!
08. l 아카데미극장에서 다시 전시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으실까요?
다시 전시를 하게 된다면 작가 3~4명이 함께하는 전시를 기획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주제는 같지만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살림집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활용해도 특별한 전시가 될 거 같아요.
09. l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아카데미극장이 어떻게 보존되어갔으면 하는지 여쭤볼게요.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카데미극장이
다양한 예술 분야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보존되었으면 해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요.
이건 개인적인 상상인데요,
작은 도시에 5개의 극장이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앞서간 문화라고 생각해요.
좀 더 발 빠르게 ‘원주국제영화제’를 꿈꾸어보아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