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인터불고 호텔 2층 아테네홀에서 진행된 세미나.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주시·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투데이신문사 공동주최
원주시,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원주투데이신문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 담론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29일 오후3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인터불고에서 개최됐으며, 지역 문화인들과 시도의원등 70여 명이 참석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3가지 주제에 대한 주제토론과 지정토론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또한 유튜브 원주투데 채널을 통해 세미나 전체 영상을 볼 수 있다.
문화외교를 통한 도시발전 사례
하상섭(연세통일클러스터센터 선임연구원)
문화는 예술 자체의 기능과 더불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문화를 통한 상호교류나 도시 성장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추진한다. 특히 산업화 시대에 낡아진 유물을 활용한 도시 재생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매년 문화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문화수도에 선정되면 재정지원을 통해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데, 해당 도시는 관광객 증가뿐만 아니라 행사 준비를 위한 기반시설 준비, 자원봉사 활동을 통한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 제고 등의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낭트는 파리에서 2시간 거리로 서울-원주와 거리상 비슷하며, 내륙이지만 항만을 보유하고 있어 조선업이 번창하며 기계 공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조선업이 쇠퇴하며 해고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침체되는 등 도시소멸 위기를 겪었다.
낭트시는 도시재생을 추진하며 선박 관련 문화적 유산을 없애려고 했으나 조선업에 애착을 보였던 지역주민의 반대로 조선업을 테마로 한 도시 재생을 시도한다. 문화적 기반이 미약한 도시임에도 조선소에서 나온 폐기계를 활용한 테마파크 등을 형성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명성지로 도약하게 된다.
이러한 성공은 낭트를 문화창조 클러스터로 조성하려는 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낭트는 매년 경제성장으로 인구가 1만 명씩 성장하고 있다. 낭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산업 유산들을 보존하는 일이 낭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은 성공적이었다.
독일 바이마르는 과거 동독 지역으로 인구 6만5천여 명의 소도시이다.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곳으로 괴테와 실러, 헤르너, 리스트, 바그너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독일 고전주의의 황금기를 형성했다. 이러한 명성은 과거 바이마르 군주들이 바이마르를 문화강국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으로 예술가들을 도시로 끌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문학적 기반이 없던 지역임에도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공산주의권 국가였음에도 굉장한 문화적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1999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돼 여러 기관들을 자금을 지원받아 지역 문화와 연계된 다양한 예술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수도 선정 이후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문화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됐다.
문화를 통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이 보유하는 문화 잠재력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사업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는 참여 주체들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토대를 잘 살린다면 원주 역시 문화도시로서 하나의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 생각된다.
문화적 잠재적 발현과 도시발전
김선애(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7년 전 원주로 이주한 문화기획자의 시선으로 문화 잠재력 발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 가능할지에 대해 4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선, 문화 잠재력을 발현하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 가능할까? 이는 '문화 잠재력'과 '지속가능', '도시발전' 세 개 키워드의 교집합으로 생각해봤다.
문화잠재력과 지속가능은 시대성과 연결 가능할 것이다. 문화 잠재력이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성과 연결돼야 하며, 지속 가능성과 도시발전은 현재 시대의 화두인 SDGs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이 원주 스타일 도시 발전 모델을 만들어 가는 창의 도시와 문화 도시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원주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과거 군사도시라 불리며 문화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원주는 짧은 기간 동안 문화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며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를 가입하는 성과를 이룬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주가 가진 잠재력은 지역이 품고 있는 문화의 힘일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는 건 문화 전략이다.
세 번째 질문은 변화를 앞둔 도시의 형(形), 우리에게 필요한 상(Image)은 무엇일까? 원주는 6.25전쟁을 계기로 지금 현재 도시의 형이 만들어졌다. 이제 원주에 필요한 부분들은 시민과 지역의 '잠재력'들이 좀 더 발현되고 문화 발전으로 가기 위한 산업적 관점의 진행들이다. 원주가 가진 우수한 역사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상상해 여행 산업으로 발전시키거나, 그림책문화를 바탕으로 한국그림책연감과 관련한 지역 콘텐츠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다.
이들을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대변화에 따른 일자리를 고려해야 한다. 문화 종사자와 프리랜서의 상관관계, 인구 구조 변화 등은 문화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SDGs와의 연결이다.
마지막, 문화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정말 어떤 역할을 하는가?하는 질문이다. 문화 잠재력 발현이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기반이 되는 이유로는 우선 지금은 자치분권 2.0 시대로 국가 정책의 지역화 실현 모델이 시민의 문화적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문화도시, 도시재생 등의 국가 정책은 지역다운 모습과 방식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6차 산업 유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문화 잠재력이 도시 발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적 관점에서 이런 가치들을 발견을 하고 이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며, 이 문화 전략들이 도시 전략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정리가 되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도시의 창의성 증진을 위한 과제
김주원(상지대 사회경제학과 교수)
원주는 최근 역사와 문화 예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시민 참여 형태로 진행된다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시민참여형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제언이다. 원주는 난개발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해 보인다. 도심 중심의 판상형 아파트 구조가 많으며, 강원감영이 있는 역사 문화 도시이지만 이것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부족하다. 도심 곳곳에 공원이 많이 조성되고 있는데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시민 참여형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 참여형 공원 관리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미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원의 관리나 참여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연령대이다. 연령대별로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해 제도화한다면 활발한 주민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원 조성 사업에 시민들이 주체가 되게끔 제도나 조례를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 참여가 이뤄진다면 둘레길을 비롯해 수변공원확장, 동화수목원, 폐철도구간 바람길조성사업, 금대지구 관광활성화 사업 등의 공원 모습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는 독일 공원·숲활용 공공예술 프로젝트 어린이 놀이터 사례와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베를린에 위치한 페츠는 유럽에서 가장 큰 어린이·청소년·가족 복합문화공간이다. 약 3만3천㎡ 규모의 시설로 학생들에게 분단과 통일, 이념의 갈등을 넘어선 교육활동을 비롯해 과학, 연극, 공연, 숲체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테마공원이다.
원주가 주제 개념을 두고 공원을 조성한다면 이곳에서의 교육 프로그램들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주의 특색을 살린 교육 체험 도시 조성도 가능하다. 주민 생활자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민생활거점공간이 필요한데 문화, 교육, 체험 중심의 공원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정토론: 전영철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은 경제적이 지원보다는 도시가 유네스코 로고를 지자체나 민간영역의 비영리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원주시민과 원주시 전반의 글로벌화를 지향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유수의 도시와 문학과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교류하고 부수적으로 도시의 정체성에 대핸 고민이 시민과 지역의 세계화에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도 문학창의도시에 맞게 넓은 시각으로 공업위주 산업에서 창의 산업으로의 전환을 약속하며 우리 도시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는 사회혁신과 시민의식을 발현해 가야 할 것이다.
지정토론: 황도근 무위당학교 교장
앞으로 저출산과 수도권 도시화가 가속되면 지방이 소멸한다는 과정된 논리가 있지만 인구증가가 정체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도시의 정체성을 잘 정립하고 알려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한, 플랫폼 자본주의는 중앙의 구심력을 더욱 가속화하고, 대부분의 노동과 지식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심각해지면서 이제 물적 소비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소양이 중요하게 가치를 드러낸다. 정신적 창조의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원주시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사업이다. 아직 시민들의 공감과 애정이 미약하지만 수정보안을 거치면 앞으로 중요한 원주의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지정토론: 백송희 강원문화재단 이사
도시의 문화가 창의적으로 성장하려면 역사문화, 예술문화가 시민들의 삶의 문화 속에 잘 녹어있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예술이 한 지역에서 어떻게 문화를 형성해 가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후용리의 노뜰이다. 극단 '노뜰'은 지난 22년간 국내·외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와 창작공간, 마을주민을 위한 예술교육과 훈련 축제공간,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훈련과 네트워크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해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도 진행한다.
또한, 도서관, 마을모내기, 벽화활동 등 마을공동체와 예술가가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며 마을사람들과 지역공동체로 스며듦고 있다. 하지만 노뜰은 2023년 6월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노뜰의 22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 속에서 예술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도시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예술가와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문화외교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사라질 뻔한 아카데미 극장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낼 만큼 원주의 시민문화역량을 성숙하고 있다. 일련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그런 문화역량이 발현되기를 바란다.
지정토론: 구문모 한라대 교수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시민들의 인식,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 없으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문화 관련 사업은 '저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문화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 지금 이 시대 창의도시는 지역 시민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요소이자 삶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담론이 필요하다.
문화 산업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필요성을 인식하고 같이 참여했을 때 비로소 문화 산업이 된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문화가 왜 필요한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지정토론: 김형종 연세대 교수
문화 외교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단위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외교는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창의도시를 매개로 도시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을 통해 원주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드러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 차원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주시가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해외 자매도시들이 있지만 사실상 잘 와닿지 않는다. 이는 그 도시들과 무엇을 함께 지향하는지에 대한 공유가 잘 되지 않으며, 교류 활동도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 간 네트워크에 가치를 부여하고, 특히 문화 중심적 교류로 우리 정체성에 기반한 지향성과 방향성을 갖는 국제 교류가 이뤄지길 제안한다.
박수희 기자 nmp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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