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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도시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원주(2022.12.05/원주투데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12.13
  • 조회수 221
특별기고: 원주테이블 탐구 ⑩
회색빛 도시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원주(2022.12.05/원주투데이)
원주에 이주한 지 5년째 되는 해인 2019년, '느림의 미학'이라는 책방을 열었다. 단구동의 외딴 언덕에 자리한, '위로'를 주제로 한 책들을 소개하는 작은 책방이었다. 책과 문화,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던 내가 원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원주는 내게 '지루한 회색빛 도시'였다.

어영부영 책방을 열었더니 어느 날은 누군가 기타를 메고 들어와 노래를 불러주었고, 또 다른 날은 글을 쓰는 사람이 찾아와 자신이 만든 책을 건네주며 문학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 뒤로도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졌다. 책방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회색빛 도시처럼 보였던 원주가 점점 반짝이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원주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일단 사람들과의 관계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시선이 향했다. 당시 가장 시급했던 문제는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관련된 이슈였다. 1963년 개관 이후 60년 동안 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자산인 극장이 존폐 위기에 놓여있었고, 그 일을 알리기 위해 극장의 이야기를 모아 인터뷰집을 만들었다.

당시 원주 문화도시에서 지역 내 몇몇 문화 거점을 발굴해 지역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지역에 집중하고, 책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험을 했다.
회색빛 도시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원주(2022.12.05/원주투데이)
▲ 문화 거점들을 모은 문화지도.'여기원주'

그 후로도 원주 문화도시와의 인연은 계되었다. 2021년에는 36.5도시 프로젝트에서 지역 창작자를 소개하는 매거진을 제작해 지역 내 문화 영향력을 발산하는 11명의 개척자를 소개했고, 도시문화축제 '닷닷다앗'의 '문아리 공간 21일'에 참여해 시민에게 21일간 원주의 작은 동네 책방과 원주를 담은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지역자원연결 테이블'을 통해서는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경험도 쌓았다.

올해는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구축 테이블'을 통해 원주형 문화예술교육 시스템 수립에 관한 논의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 연말에도 '공유지도 테이블'을 통해 다양한 문화 거점들을 모은 문화지도 <여기, 원주 vol.2>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책방을 정리하고 문화 기획자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지역의 점멸하는 이야기를 수집하는 '로컬 플리커(Local Flicker)'라는 새로운 이름도 생겼다. 단순한 문화예술 애호가로 시작해 이제 겨우 발을 뗀 새내기 기획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만큼 발을 뗀 것도 뿌듯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조금은 느리더라도 정확한 걸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요즘엔 2016년 예비 문화도시 사업부터 시작해 약 6년의 세월 동안 단단히 무르익은 변화의 씨앗이 열매를 맺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원주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변화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곧 큰바람으로 불어오기를. 비록 그 여정의 길 앞에 산재한 문제는 한 둘이 아니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올바른 길을 찾으리라 믿는다.


신동화 다양한 원주테이블 참여자 로컬플리커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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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주투데이(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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