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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시 프로젝트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 작성자 36.5도시 프로젝트
  • 등록일 2022.11.05
  • 조회수 335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로컬리티:는 로컬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제작사입니다. 로컬을 이루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찾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엮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죠.

저희 팀 세 명(김영채·석양정·심지혜)은 서울에서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던 사이예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 운동을 하는 활동가였죠. 셋 다 결혼을 하면서 각지로 흩어졌는데, 원체 해 오던 일이 있다 보니 그냥 쉬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원래부터 관심사가 잘 맞았고, 서로를 잘 알았으니까요. 셋 모두 동갑이기도 하고요.

팀을 시작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은 울산에서 활동을 했어요. 시민들의 사진을 수집해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작업 등을 했죠. 그러다 저희 대표인 김영채가 원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작년부터 원주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거예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주 공간은 신림면 송계리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태어났거든요. 심 씨 집성촌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친척들이 많고, 할머니 댁이 있어 서울에 살면서도 본가인 울산보다 더 자주 오갔던 곳이에요. 거기다 저는 1.8kg의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그게 당시 동네에서 큰 이슈였다 보니 마을의 모든 어르신들이 저를 알고 손녀처럼 관심을 가져 주셨죠. 자연스레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지난해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다큐멘터리 기록을 했고, 나아가 올해는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옛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에 문화예술공간 ‘할매발전소’를 열었습니다. 마을 영농조합에서 기회를 제공해 주셨죠.

원주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저희가 워낙 서울에서 오래 지내왔잖아요. 원주에서의 네트워크도 약했고, 시민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송계리는 익숙했지만 여기는 또 고유의 특색이 있기 때문에 시내와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오프라인을 통해 원주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할머니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할머니 팝업 식당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기 때문에, 그걸 가장 적합하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동호회 모임 형태일 것 같았어요. 36.5도시 프로젝트가 마침 딱 모집 중이었고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36.5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팝업 식당에서의 소셜다이닝,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이 개최됐습니다. 할머니 세 분이 강사가 되어 요리를 가르쳐 주고, 함께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어요. 장소는 저희 할머니 댁이었고요.

저는 방학이나 휴가 때면 항상 친구들과 할머니 댁에 내려오곤 했는데, 함께했던 사람들이 여름만 되면 송계리에 할머니 음식을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장소를 추억하게 하고 그리움을 갖게 하는 게 음식이구나, 밥상이 가진 힘이 되게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때 봐도 그냥 여쭤보면 말씀을 잘 안 하시거든요. 그런데 일상적으로 다 잘하는 음식을 화두로 시작하면 활기차게 알려주시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부터 평생의 삶까지 술술 들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밥상이 핵심이 되었고, 이걸 시민들과 나눠보고 싶었던 거예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모임은 총 3회 열렸는데, 각 회차마다 특색이 있었어요. 1회차는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을 모집했고, 2회차에는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오셨죠. 3회차는 아무 제한 없이 신청을 받았는데 각각 외국인 가족과 친구가 있는 팀이더라고요. 저희도 깜짝 놀랐죠. 다양한 세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할머니들이 살아생전 외국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일이 다 있다며 즐거워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오래 살아 내가 별 걸 다 해 보네” 하시면서요.

다큐멘터리, 전시, 소셜다이닝까지, 모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프로젝트였잖아요. 할머니의 이야기, 할머니가 살았던 삶이,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것이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계속 이야기로 남겨 달라고요. 사실 처음에 할머니들은 의심을 하셨거든요. 누가 밥 먹으러 여기까지 오느냐고요. 그런데 정말로 외국인까지 찾아온 거죠.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시골에서도 굉장히 단절이 심했어요. 노인정에서 모여 화투도 치고, 노래자랑도 했던 여가가 모두 사라져버린 거잖아요. 낯선 시간이었지만, 할머니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재밌게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더라고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엄마나 할머니가 생각나 신청하신다는 분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한 번도 할머니 밥상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꼭 알려주고 싶다”거나 아예 이런 시골(고향)을 갖지 못한 분들도 있었어요. 서로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함과 여유로움, 할머니에 대한 어떤 정서를 공유하며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참 신기하고 따뜻한 일이었습니다.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로컬리티:의 36.5도시, ‘〈할머니의 잘 지은 밥상〉 모임’

이제 11월이면 거의 모든 농사가 끝나고, 봄이 오는 4월까지는 시간이 많아요. 농사를 짓지 않으니까 어르신들이 정말 꼼짝도 안 하시거든요.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보려고 해요. 내년 사업계획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할매발전소는 3년을 보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예요. 올해는 젊은 예술가 10명과 전시를 구현했고, 모임과 워크숍을 개최했죠.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할머니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기획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할매발전소 개관전, 〈Mother’s Mother_알아차림 전(田)〉이 아직 열리고 있으니,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세요. 신림면 원골길 5, 할매발전소는 오는 11월 27일까지 매주 금·토·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열려 있답니다.


로컬리티:
→심지혜 @bylocality

인터뷰 진행 및 글
→ 새보미야 @saebom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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