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보이지 않는 기운의 작은 싹은 생명을 잉태하는 기초가 된다. 이 움직이는 힘을 기(氣)라 하였고, 기는 바람을 움직이고 구름을 만들고 생명을 자라나게 한다. 이를 두고 일본학자 이노우에 다다시(井上正)는 운기화생(雲氣化生)이라 이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만물을 생장시킨다는 것이다. 이재열의 작품세계에도 운기화생의 흐름이 포착된다. 작가는 하나의 씨앗과도 같은, 눈이 있는 생명의 돌기들을 유기적인 하나의 생명체로 확장시키고 있다. 변화된 생명의 움직임은 영상과도 같이 순간적이며 역동적이다. 힘차게 자신의 생명을 확인하며 만물의 근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듯, 힘의 기원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돌기는 싹을 티우고 뿌리를 내리고 날아다닌다. 이들은 식물처럼 자라나고 생각하며, 숨을 쉬고 생명이 도는 듯 살아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 속에는 돌도 나무도 바람도 커다란 눈을 달고 순간적인 꿈틀거림이 있다. 이는 작가가 우주의 본질, 생명, 맥박 그 자체를 정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확장시킨 결과이다.
작가의 캐릭터 가득한 요동치는 화면에는 하나하나 감상의 과정이 숨겨져 있다. 그의 화면에는 전통산수화가 구현하였던 삼원법(三遠法)의 고원(高遠) · 심원(深遠) · 평원(平遠)을 오르내리는 자재(自在)로운 시선의 흐름이 간취된다. 산재(散在)된 눈빛의 표정들을 따라 곳곳에 숨겨진 생명체들을 찾아내는 재미는 유년기의 놀이와 같이 화면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작가의 유희가 펼쳐진 세계로 말이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를 뒤틀고 희극화 시키며 자신이 처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현대의 역사성과 표면화된 인간 정신의 본질을 경쾌하게 전환하는 것이, 작가가 지향하는 그리기의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유희와 생명의 흐름들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우리의 파편화되고 부유하는 자아의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이는 유희 속에서 차가운 냉소의 시선을 던지는 작가의 내면의 소리와 표정이기도 하다. 이 슬픈 인류의 단상들은 이재열의 패러디 속에서 유쾌함과 시원한 정서의 팽팽한 긴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 평론중 부분 발취
長江 박옥생,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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