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원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게시판에 띄운 주제에 남겨주신 댓글들로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민지, 가영, 정윤주, 노정훈, 붕붕, 유리, 세연, 예지,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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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It Like You Stole It]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이죠. 목적지는 명료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차에 타고 도로를 달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드라이브’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된 낱말입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을 일컫죠. 저는 베이스 소리가 묵직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혼자 운전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나면 정말로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운전자들은 자동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입고 있는 옷처럼, 자동차가 나의 연장(延長)같이 느껴지는 거죠. 생각해 보면 자동차는 굉장히 묘합니다. 물건이면서 공간이니까요. 엄청난 힘과 속도가 주는 자유로움, 기기를 긴밀히 조작하며 얻는 성취감, 내밀한 공간 안에서의 안온함 같은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거죠. 드라이브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여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드라이브에서는 차보다도 길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신호등이 가득한 도심보다, 비교적 한산한 교외 지역이 경치를 감상하기엔 좋겠죠. 그러고 보면 원주는 드라이브하기 제법 괜찮은 곳 같아요. 도농복합도시라 조금만 벗어나면 여유를 갖기 충분한 장소가 많으니까요. 이번 주의 클라우드에도 각각의 이유로 추천해주신 코스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신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기업도시나, 신림면으로 넘어가는 치악재 등은 저에게도 익숙한 코스네요. 행구동 수변공원과 길카페를 지나는 길, 예술작품 감상을 겸할 수 있는 뮤지엄 산 가는 길, 고즈넉한 사찰을 찾을 수 있는 구룡사 가는 길,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이 멋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로 가는 길처럼 다른 즐거움을 곁들이는 나들이 코스도 있었고요.
드라이브를 즐겨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시골 풍경을 끼고 달리다 흥원창을 마주하고 법천사지에 닿는 부론의 길을 추천하더군요. 호저에서 부론까지 섬강을 끼고 달리는 길도 좋고 귀래나 소초, 신림의 산길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같은 길이어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이 무렵엔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갑자기 유명한 노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우는 손님은 처음인가요/달리면 어디가 나오죠/빗속을’. 북받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 택시를 잡아타고 정처 없이 다니는 것도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곱씹어 보면, 드라이브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지, ‘운전하고’ 다니는 일은 아니거든요. 어쩌면 ‘어디’보다는 ‘왜’가 중요한지도 모르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버스 드라이브를 즐겨 하곤 했습니다. 울적할 때면 종종 낯선 지명이 적힌 시내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봤죠. 행구동 오리골에서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보고 예정에 없이 하차하기도 했고, 양안치의 굽은 고개를 거쳐 귀래면에 도착해서는 종점다방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올가을에는 논이 황금빛으로 물든 성황림 인근이나, 평야를 가로질러 천년 은행나무에 닿는 반계리 쪽으로 드라이브를 가야겠습니다. 더운 여름과 오랜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도 조금은 치유되길 바라면서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김민지, 가영, 정윤주, 노정훈, 붕붕, 유리, 세연, 예지,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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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It Like You Stole It]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이죠. 목적지는 명료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차에 타고 도로를 달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드라이브’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된 낱말입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을 일컫죠. 저는 베이스 소리가 묵직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혼자 운전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나면 정말로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운전자들은 자동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마치 입고 있는 옷처럼, 자동차가 나의 연장(延長)같이 느껴지는 거죠. 생각해 보면 자동차는 굉장히 묘합니다. 물건이면서 공간이니까요. 엄청난 힘과 속도가 주는 자유로움, 기기를 긴밀히 조작하며 얻는 성취감, 내밀한 공간 안에서의 안온함 같은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거죠. 드라이브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여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드라이브에서는 차보다도 길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신호등이 가득한 도심보다, 비교적 한산한 교외 지역이 경치를 감상하기엔 좋겠죠. 그러고 보면 원주는 드라이브하기 제법 괜찮은 곳 같아요. 도농복합도시라 조금만 벗어나면 여유를 갖기 충분한 장소가 많으니까요. 이번 주의 클라우드에도 각각의 이유로 추천해주신 코스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신도시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기업도시나, 신림면으로 넘어가는 치악재 등은 저에게도 익숙한 코스네요. 행구동 수변공원과 길카페를 지나는 길, 예술작품 감상을 겸할 수 있는 뮤지엄 산 가는 길, 고즈넉한 사찰을 찾을 수 있는 구룡사 가는 길,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이 멋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로 가는 길처럼 다른 즐거움을 곁들이는 나들이 코스도 있었고요.
드라이브를 즐겨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시골 풍경을 끼고 달리다 흥원창을 마주하고 법천사지에 닿는 부론의 길을 추천하더군요. 호저에서 부론까지 섬강을 끼고 달리는 길도 좋고 귀래나 소초, 신림의 산길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같은 길이어도 시간과 계절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이 무렵엔 어디로 가야 좋을까요?
…갑자기 유명한 노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우는 손님은 처음인가요/달리면 어디가 나오죠/빗속을’. 북받치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 택시를 잡아타고 정처 없이 다니는 것도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곱씹어 보면, 드라이브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지, ‘운전하고’ 다니는 일은 아니거든요. 어쩌면 ‘어디’보다는 ‘왜’가 중요한지도 모르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버스 드라이브를 즐겨 하곤 했습니다. 울적할 때면 종종 낯선 지명이 적힌 시내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봤죠. 행구동 오리골에서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보고 예정에 없이 하차하기도 했고, 양안치의 굽은 고개를 거쳐 귀래면에 도착해서는 종점다방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올가을에는 논이 황금빛으로 물든 성황림 인근이나, 평야를 가로질러 천년 은행나무에 닿는 반계리 쪽으로 드라이브를 가야겠습니다. 더운 여름과 오랜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도 조금은 치유되길 바라면서요.
새보미야 |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______한 사람. 프로 백수라 불리곤 하는 프리랜서로, 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