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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 작성자 36.5도시 프로젝트
  • 등록일 2022.11.14
  • 조회수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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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안녕하세요? 아름다움을 만드는 작곡가, 정소영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좋아했어요. 세 살 때부터 피아노 소리만 들리면 막 가르쳐달라고 졸랐대요. 유치원에 가면서,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죠. 여덟 살 때였나, 병을 앓다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는데 그때 ‘음악을 하려고 내가 살아났나 보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곡을 시작한 계기라면,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이 “오늘은 베토벤 방에서 치렴”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문득 의문이 들었던 거예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서 온 건데 왜 방 이름은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 이름일까? 음악은 작곡가가 최고구나! 그때부터 작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20대는 공부와 연구로 보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클래식 공부를 계속했고, 졸업한 후에는 음악의 원리를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1년 반 동안 2천 곡을 카피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이제 실용음악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즈를 배웠고요. 석 달 동안 공부를 마치고 나니, 결국 클래식과 재즈는 똑같은 얘기를 다르게 하고 있는 거더군요. 그다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좋아했는데, 무용음악이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정점이거든요. 마침 그때 모교 대학원에 무용음악 전공이 생겼고, 대학원에 진학해 무용음악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서른한 살부터 음악가로서의 인생이 펼쳐졌어요. 처음 맡게 된 작품은 〈La 춘향〉이라는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이었죠. 여러 교수님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차츰 무대 제작에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다른 장르의 예술과 협업하는 게 재밌더군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이미 2006년에 결혼을 하며 원주로 이주한 후였어요. 남부시장 앞에 스튜디오 겸 학원을 열어 개인 작업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었죠. 선화예술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도 출강을 했고요.

그러다 여든 즈음의 어르신이 레슨을 받으러 오신 적이 있어요. 자꾸 까먹으시면서도 입시생만큼 연습을 하시기에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느냐고 여쭤보니, 젊었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시간이 없으셨대요.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스스로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떠오른 게 발레 지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발레 지휘라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전문가도 없었죠.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발레 지휘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 가서는 예술 경영에 눈을 떴어요. ABT(American Ballet Theatre)의 공연을 보면서였죠. 초대를 받아 시즌 내내 리허설부터 참관했는데, 스태프부터 멤버십 특별 초대 자리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다각도로 공연을 볼 수 있었어요. 지휘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공연 준비 과정부터 비즈니스 영역까지 살펴볼 수 있었고, 하나의 무대를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그렇게 2년 정도 유학을 다녀온 후 학원을 확장 이전하고, 서양무용음악연구소를 열었어요. 그리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교육, 연구, 음악 출판과 음반 기획·유통까지 포괄하는 음악 산업 브랜드, ‘동아크누아’예요. 이름은 남편(작곡가 이규영)이 다녔던 동아방송예술대학과, 제가 다녔던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옛 영문명 KNUA(The Korean National University of Arts)에서 따 왔죠. 실용음악과 클래식이 공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어요. 원주에 처음 왔을 때 친정 가족이나 친구와 멀어지고 낯설어 갈 곳도 없어서 우울증이 왔는데, 제자들을 불러내 같이 영화도 보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제자들이 친구가 됐고, 그 친구들이 졸업한 후로도 교류가 이어지면서 꾸준히 작업을 하게 된 거죠.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결국 기획사 설립으로 연결됐고요.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36.5도시 프로젝트 역시 제자이자 함께 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나연이 추천해줘서 참가하게 된 거예요. 이번에도 다들 한마음으로 도와줬고요.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마음발레음악은 원래 제가 좋아서 만든 거였어요. 듣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낭만·고전 발레 음악을 편곡한 피아노 연주 음악이죠. 직접 작곡한 곡도 있고요. 2018년 유튜브를 개설하고 앨범도 발매했는데, 예상보다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더군요. 발레 연습은 물론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삽입되기도 했고, 공부할 때나 잠을 잘 때 틀어두는 분들도 계셨어요.

번아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Good-bye 번아웃 신드롬’은 예술 융합을 모티브로 문화적 소통을 통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입니다. 두 차례에 걸쳐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강원원주혁신도시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신청자를 모집했어요. 2차에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신청을 받았고요.

그중 메인 프로그램인 ‘1:1 피아노 콘서트’는 개개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뉴욕 모마(MoMA) 미술관에서 열렸던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Марина Абрамовић)의 작품 〈예술가는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2010)〉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여기에 강사 권오주의 ‘요가&명상 프로그램’과 화가 꺄베. 엘(KB. L)의 ‘스토리 갤러리’가 진행되었고 이밖에 조향·가죽공예·퍼스널컬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었습니다.

처음엔 작게 하려고 했는데, 일단 시작을 하고 나니 더 알찬 프로그램을 꾸리고 주변 소상공인들과도 함께하고 싶어서 자꾸 큰일이 되어버리더군요. 덕분에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게 또 우리의 활력이 되겠죠. 같이 경험을 하며 성숙했잖아요. 믿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새삼 깨달으며 감사함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원주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마음발레음악의 36.5도시, ‘Good-bye 번아웃 신드롬’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각 프로그램의 참가자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특히 1:1 피아노 콘서트의 경우 프라이버시가 있다 보니 스태프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채 저와 신청자 단둘이 진행했는데, 단 한 명만을 위한 연주에 위로를 많이 받으셨던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셨고요. 함께 나눈 이야기와 특별한 예술의 경험이 그분들의 일상에도 힘이 되었으리라 믿어요.

그동안의 마음발레음악은 노래를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고, 댓글로 피드백을 받는 정도였어요. 발레음악이 정말 좋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마주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발레음악
→정소영 @urpiano

인터뷰 진행 및 글
→ 새보미야 @saebom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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