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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형(形) 위에 빚는 상(Image) (2021.10.05. / 원주투데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1.10.15
  • 조회수 810
도시의 형(形) 위에 빚는 상(Image) (2021.10.05. / 원주투데이)
남원주 나들목(IC)을 통해 도시를 들어오면서 문득 원주를 동서남북의 명칭으로 나눠 부르는 것에 새삼 원주가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초·중·고 학창 시절 기억 속의 원주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작은 도시였다. 시내는 평원동과 학성동 원도심 하나였고 그나마 있는 번화가는 우산동 상지대와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태장동 일대 정도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지금 원주에서 택지, 신도시라고 부르는 지역이 과거에는 논밭이나 야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 과거 모습은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원주는 6·25 한국전쟁 이후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대부분이 파괴되었던 도시의 재건에 상당 부분을 군(軍)에서 지원했고 많은 군부대와 군인은 원주 경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였다. 원주는 차츰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자리 잡게 되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 군사도시 원주를 떠올리면 하늘엔 전투기, 도시 곳곳 군인들과 군부대, 도로엔 육공 트럭이나 번호판 대신 성판을 달고 다녔던 관용차량, 캠프롱(Camp Long)의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어린이날 행사였던 공군 에어쇼, 군에서 만든 원주천 스케이트장 등 이러한 도시 풍경은 특별할 것 없는 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이처럼 군은 도시 발전에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이바지했지만 원주는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원주의 주요 곡창지대가 군부대에 징발되고 그 주위는 도시 개발이 제한됨에 따라 도시 공간의 확장과 균질화(均質化)가 어려워지고 군사정권에 대한 반발심이 더해져 군사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해 왔다.



은연 중 자리 잡고 있던 군사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닷 닷 다앗' 도시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상쇄할 수 있었는데 대상지 장소가 갖는 이야기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다. 원주에는 도시 속 섬 같은 장소가 있다. 프로젝트 대상지 장소인 미군기지 캠프롱(태장동), 대명원(호저면), 희매촌(학성동)이 그렇다.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장소로 도시의 일부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회적(심리적) 경계가 있던 지역이다. 쉽게 다갈 수 없다는 인식은 이 지역을 고립시키는 섬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도시 개발로 없어질 시기에 와서야 장소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주는 지금 문화도시로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 원주가 갖고 있던 군사도시 이미지 위에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쌓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철거와 재개발을 통해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립된 지역이 정비되고 새로운 장소로 바뀌게 된다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도시 발전 계획 측면에서는 성공적이겠지만 지역성이 사라진 장소의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과거의 흔적들이 지워진다면 장소에 있던 시간과 그곳에 땅을 밟고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가.



'닷 닷 다앗'은 도시의 다양한 장소를 무대로 다양한 행위, 경험, 순간들을 통해 도시 문화를 알아가고 발견하는 축제이다. 그중 도시 예술 프로젝트는 시민이 장소를 점유하여 예술의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고 도시의 장소들을 탐구한다.



장소를 점유하는 시민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일 수도 있고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또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 모두가 해당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군데의 대상지는 조만간 철거되고 재개발이 진행된다. 특히 전시가 진행되는 학성동 일대는 도시 예술 프로젝트 전시가 끝나면 성매매 집결지였던 희매촌 대부분이 철거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흔적을 지워가는 희매촌과 새로운 활력을 꿈꾸는 학성동 구도심의 장소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의미가 있다.



군사도시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지금, 올 11월 10일부터 21일간, 도시 예술 프로젝트 '도시의 형(形) 위에 빚는 상(Image)' 전시가 진행된다. 참여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로서 사라져가는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를 리서치하여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작품을 통해 변화하는 원주에서 사라져 가는 장소와 그 위에 만드는 장소의 간극에 우리는 무엇을 사유하고 질문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민현 '닷 닷 다앗' 도시 예술 프로젝트 큐레이터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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