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콘텐츠와 원주지명총람
전라도 담양 담빛길 뒷골목으로 가면 만나는 향토사 전문책방 '이목구심서'는 남도 인문학 여행의 출발지…우리 지역의 로컬리티 출발지는 어디일까요?
원주는 동네 이름이 참 예쁩니다. 둔둔, 흥업, 무실, 소초, 호저, 문막, 서곡…. 원주로 놀러 온 손님들을 모시고 다닐 때도 원주는 지명이 참 예쁘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신림이 '신들이 사는 숲'이고, 귀한 손님이 오셔서 귀래라고 말씀드리면 누구나 눈이 반달이 되면서 웃습니다. 신림의 성황림부터 부론의 흥원창까지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 이름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온 어느 날, '원주의 지명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제목의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원주사람도 잊고 살아온 골짜기와 고개 이름을 찾아 20년 동안 산과 고샅길, 문헌을 넘나들며 연구해 온 김은철 교수에게 원주를 묻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원주시역사박물관에서 출간한 <원주지명총람>을 2020년에 만났습니다.
그 다음해에 문화도시 원주에서는 원주지명총람에 수록된 지명 77개의 사진과 유래를 담아 총 5권의 엽서북을 제작해서 지역서점, 북카페 등을 통해 원주시민들과 공유하고, PC 및 모바일 배경화면 콘텐츠로도 제작해서 원주롭다를 통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볼매원주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볼수록 매력적인'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시민공유콘텐츠로 제작·배포하는 사업입니다. 원주지명총람 엽서북은 지금도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로 시민들 사이에 활용도가 높고, 다른 도시에서 오신 분들에게 드리면 특히 좋아합니다. 어디서나 받아볼 수 없는 원주만의 특별한 한정판 굿즈니까요.
요즘 로컬이 대세입니다. 로컬콘텐츠로 지역을 살리자는 사업도 많고,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과정도 많고, 실제 로컬에서 창업하는 청년도 많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그 태생이 지역문화이고, 지역주민이 문화적으로 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사업이기에 지역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이라서 로컬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끔 '진짜 로컬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전국 어디에 내놔도 잘 어울릴만한 트렌디한 콘텐츠가 로컬브랜드를 표방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우리가 정말 가치있는 로컬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연구자들이 정성을 들여서 지역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숨어있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들과 사실들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주지명총람의 책머리에서는 우리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인 고유지명이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어 사라지기 전에 발굴해서 등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문화는 어떨까요?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해 가면서 사라지는 많은 장소들을 기록해 둘 필요는 없을까요?
둘째,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진짜 로컬을 공부하고, 잘 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공동체 형태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관광인프라가 급격히 확충된 원주에게 문화관광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제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연구자들과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시민들과 많이 만나는 장치가 있었으면 합니다. 원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역의 문화를 즐기고, 그 과정을 통해 볼수록 매력적인 원주가 되어갔으면 합니다.
전라도 담양 담빛길 뒷골목으로 가면 향토사 전문책방 '이목구심서'가 있습니다. 문화관광기획자로 일하며 수집한 자료들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고필 대표가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향토, 지리 관련 책들이 적임자를 기다리는 곳인 이 작은 서점이 바로 남도 인문학 여행의 출발지입니다.
우리 지역의 로컬리티 출발지는 어디일까요? 원주의 터 무늬 안에서 분명 발견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출처: 원주투데이 (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426)
전라도 담양 담빛길 뒷골목으로 가면 만나는 향토사 전문책방 '이목구심서'는 남도 인문학 여행의 출발지…우리 지역의 로컬리티 출발지는 어디일까요?
원주는 동네 이름이 참 예쁩니다. 둔둔, 흥업, 무실, 소초, 호저, 문막, 서곡…. 원주로 놀러 온 손님들을 모시고 다닐 때도 원주는 지명이 참 예쁘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신림이 '신들이 사는 숲'이고, 귀한 손님이 오셔서 귀래라고 말씀드리면 누구나 눈이 반달이 되면서 웃습니다. 신림의 성황림부터 부론의 흥원창까지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 이름들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온 어느 날, '원주의 지명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제목의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원주사람도 잊고 살아온 골짜기와 고개 이름을 찾아 20년 동안 산과 고샅길, 문헌을 넘나들며 연구해 온 김은철 교수에게 원주를 묻는 자리라고 합니다. 그렇게 원주시역사박물관에서 출간한 <원주지명총람>을 2020년에 만났습니다.
그 다음해에 문화도시 원주에서는 원주지명총람에 수록된 지명 77개의 사진과 유래를 담아 총 5권의 엽서북을 제작해서 지역서점, 북카페 등을 통해 원주시민들과 공유하고, PC 및 모바일 배경화면 콘텐츠로도 제작해서 원주롭다를 통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볼매원주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볼수록 매력적인'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시민공유콘텐츠로 제작·배포하는 사업입니다. 원주지명총람 엽서북은 지금도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로 시민들 사이에 활용도가 높고, 다른 도시에서 오신 분들에게 드리면 특히 좋아합니다. 어디서나 받아볼 수 없는 원주만의 특별한 한정판 굿즈니까요.
요즘 로컬이 대세입니다. 로컬콘텐츠로 지역을 살리자는 사업도 많고,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과정도 많고, 실제 로컬에서 창업하는 청년도 많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그 태생이 지역문화이고, 지역주민이 문화적으로 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사업이기에 지역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이라서 로컬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끔 '진짜 로컬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전국 어디에 내놔도 잘 어울릴만한 트렌디한 콘텐츠가 로컬브랜드를 표방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우리가 정말 가치있는 로컬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연구자들이 정성을 들여서 지역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숨어있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들과 사실들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주지명총람의 책머리에서는 우리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인 고유지명이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어 사라지기 전에 발굴해서 등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문화는 어떨까요?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해 가면서 사라지는 많은 장소들을 기록해 둘 필요는 없을까요?
둘째,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진짜 로컬을 공부하고, 잘 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공동체 형태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관광인프라가 급격히 확충된 원주에게 문화관광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제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연구자들과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시민들과 많이 만나는 장치가 있었으면 합니다. 원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역의 문화를 즐기고, 그 과정을 통해 볼수록 매력적인 원주가 되어갔으면 합니다.
전라도 담양 담빛길 뒷골목으로 가면 향토사 전문책방 '이목구심서'가 있습니다. 문화관광기획자로 일하며 수집한 자료들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고필 대표가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향토, 지리 관련 책들이 적임자를 기다리는 곳인 이 작은 서점이 바로 남도 인문학 여행의 출발지입니다.
우리 지역의 로컬리티 출발지는 어디일까요? 원주의 터 무늬 안에서 분명 발견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출처: 원주투데이 (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