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원주가 잡지를 만드는 방식
원주테이블이란 이름으로 문화도시 사업들이 펼쳐질 때, 그 앞에는 '시민실천형 거버넌스'라는 명제가 붙곤 한다.
언뜻 '테이블'이란 말 때문에 여럿이 둘러앉아 토론하는 풍경만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3년째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하면서 내가 이해한 원주테이블은 명확하게 분류되는 사업명이라기보다는 원주가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가깝다.
현재 6호를 기획 중인 매거진 점점(이하 점점)은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잡지이자 때로는 '점점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문화도시 사업이다. 지역 잡지라는 결과물로만 볼 수도 있지만,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 전체는 점점테이블이라는 방식을 거친다는 의미에서 나는 점점의 편집자인 동시에 테이블을 꾸리는 매개자라고도 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잡지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아마도 발행처의 이해관계가 투박한 방식으로 투영되거나, 기관 사업 홍보에 직접적으로 지면을 많이 할애하거나, 지역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빈번하게 등장하거나, 무작위 대량 배포로 쉽게 만날 수 있거나 하지 않아서일까?
다른 기관지가 다 그러거나 그게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의 점이었던 원주의 공간과 장소, 사람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점과 점을 이어가는 점점'을 내세우는 잡지는 좀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점점은 점점테이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점점테이블이 고정된 하나의 테이블이 아닌 이유다. 기획 단계부터 필자나 소재 발굴, 편집과 디자인, 배포와 홍보에 이르기까지 점점을 둘러싼 세부 테이블들을 촘촘하게 만들고 사람과 공간을 끌어들인다. 몇몇이 정기적으로 만나 편집회의를 하고 정해진 결정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물론 효율적이지 않다. 꽤 미련한 테이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련해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점점 필자들은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한다. 개인의 이야기에서 함께 나눌 가치나 지역 잡지가 담을 만한 콘텐츠를 발견하고 방향을 잡는 건 편집자의 몫이다. 그래서 점점에는 특별한 연결고리 없이 단순한 원고 청탁을 받는 필자는 없다.
또 하나는 배포 방식이다. 힘들여 만들고는 정작 결과물을 나누는 건 기능적으로만 해치울 때가 많은데, 나는 점점테이블의 하이라이트는 배포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쏟는 과정이다.
제작이 끝난 잡지는 여러 곳에 우편 발송되기 전 먼저 원주 곳곳 30여 개의 배포처에 직접 전달되는데 여기엔 작은 책방, 동네 카페, 문화공간들이 포함되며 매번 조금씩 바뀐다. 이번 호에 소개된 곳이 다음 호의 새로운 배포처가 되기도 하고, 배포처에서 발견한 이야기가 다음 호에 담기기도 한다. 1호 필자와 5호 필자가 점점을 계기로 연결돼 또 다른 작당 모의를 하기도 하는데, 이건 '점점파생테이블' 정도로 부르면 될까? 사람과 사람, 장소와 장소, 사람과 장소가 연결되는 파생테이블 사례는 계속 쌓이는 중이다.
매거진 점점은 분기에 하나 겨우 만드는 얇은 잡지이지만,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점점테이블에 일상적으로 쌓여가는 이야기들의 두께는 절대 얇지 않다고 믿는다. 문화도시 원주의 '시민실천형 거버넌스'가 허망한 구호가 되지 않고 실체를 갖춰가는 길 위에서, 점점테이블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원주 곳곳에서 알뜰하게 쓰이길 바란다.
조수정 매버릭랩 대표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원주투데이(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