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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라, 원주의 문화점방들이여!(2022.10.17/원주투데이)

  • 작성자 관리자
  • 등록일 2022.10.18
  • 조회수 557
놀라워라, 원주의 문화점방들이여!(2022.10.17/원주투데이)
문화시론: 원주문화를 말하다

지역다운 삶의 방식이 뭘까를 모색하며 오랫동안 꿈꾸었던 <터득골삶디자인학교>가 시작되었다.

첫 시간으로 한국인 최초의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 종합 1위를 기록한 피아니스트 임현정 렉처콘서트를 기획했다. <원주롭다.kr>을 접속해 행사캘린더에 업로드하며 확인한 <원주롭다kr> 파트너들의 면면을 보며 놀라웠다. 원주 지역의 자생적인 문화공간들 수가 300개 넘게 확인되었다. 행사 안내 게시판의 게시글 수도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 684개. 2021년 4월에 시작된 게 1년 6개월만에 이 정도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원주에 정착하던 29년 전을 떠올려 보면 원주문화 생태계가 개벽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처음 원주버스터미널에 내렸을 때의 황량함과 찾기 드문 자생적인 문화공간을 비교해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생활을 위해 서울로 나들이하는 지난 세월을 생각해보면 지역의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결과 이면에는 치열하게 지역의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협동조합운동, 그림책도시, 동네서점, 유네스코창의도시, 창의문화도시, 지자체, 문화재단 등의 정책과,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열망으로 문화와 창의적 창업공간을 버텨낸 개인들의 집념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

올해 원주에서 열린 <2022대한민국독서대전>은 이 모든 사업이 결집된 축포와도 같았다. 단군 이래 원주에 이처럼 문화의 꽃이 활짝 핀 때가 있었을까. 젊은이들이 각자의 소리를 이렇게 다양하게 드러낸 적이 있었을까. <원주롭다.kr>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화공간들까지 합친다면 원주는 새로운 문화의 기운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다. 생동하는 지역문화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자기다운 생활양식을 표출하고 즐기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호기를 맞이한 이때 지자체 차원의 문화 정책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원주사용설명서>라는 원주 예산 맥 잡기 기획을 <터득골북샵>에서 했다. 10명이 넘는 박사를 직원으로 둔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원주의 예산에서 문화부문 예산은 전체 1조5천억 넘는 원주 예산의 10%가 넘었다. 1천500억 원이 넘는 돈이 문화관광 부문에 투자되었다고 하는데 생태계를 구성하는 작은 문화창업자들은 고행 수준의 운영을 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공공부문의 문화공간을 제외하면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공간을 손꼽기 어렵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300개 넘는 문화창업생태계를 확보한 이 시점 원주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걸까? 원주시는 이미 확보된 원주문화생태계 아카이빙을 토대로 분야별 지원 조례를 간단명료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공연이나 관광으로 지나치게 쏠린 예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문화의 기초체력은 풀뿌리처럼 사계절의 동안 점진적으로 만들어진다.

막대한 예산이 일회적 이벤트 중심의 관광과 공연에 치우쳐 시민력이 클 수 있는 환경이 척박하다. 몇 일 즐기고 노는 데 그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문화생태계 지원 제도의 재구성과 지자체장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주문화위원회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책문화 관련해서는 동네서점의 인터넷서점과의 10% 가격 차를 만회할 수 있는 페이백 제도와 봉건적인 납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분야의 서점 유통만 언급해도 이러한데 다른 영역에는 얼마나 많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건가. 

사족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다. <2022 대한민국독서대전>의 5개 공간 분산 개최로 인해 각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흩어지게 되는 결과를 자아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것이 이유라지만 전체 행사의 시너지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원주 최대의 책잔치가 동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상한 결정이었다. 좀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무선 터득골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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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주투데이(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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