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고 난, 12월 18-19일 빨간지붕에서 진행된 1차 '쉼'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일과 육아로 지친 일상에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이왕이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단절된 시기, 그런 나에게 쉼 프로젝트는 선물 같은 기회였다.
신청은 진작 했지만 일정을 앞두고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라 취소되는 게 아닌지, 1박을 하는 건데 참여해도 되는 건지 우려가 되었다.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는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참가인원을 다섯 명으로 축소하고, 참여자와 진행자 전원 모두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전원 음성이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소수의 인원만 참여한 쉼 프로젝트. 나를 제외하곤 전부 20대 여자 청년들이었는데 그들의 밝음에 일상의 걱정이나 고민을 내려놓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빨간지붕 프로그램 일정은 '쉼'을 주제로, '나무'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느슨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누리게끔 세심하게 일정을 짠 정성과 진심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우리를 환대로,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먹는 것과 자는 곳 모두 배려해주신 빨간지붕 사장님들 덕분에 더 편한 1박2일을 보냈다.
첫 프로그램으로 마을 이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눈 쌓인 성황림 숲체험을 했다. 성황제 때 한 번 이곳을 온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오래 사시며 숲해설가로도 활동하는 이장님의 설명을 통해 성황림의 나무와 풀, 동물, 궁예의 주둔지였다는 역사적 이야기 등을 알게 되니 신비의 숲 성황림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에서 짧게나마 서로의 등을 기대고 명상한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빨간지붕에서 준비해준 점심식사와 티타임, 저녁식사 등은 모두 장작불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뤄졌다. 장작에 불을 피우고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물이 끓고 라면이 익기까지의 시간, 도시락이 데워지는 시간, 푸릇한 커피콩이 타닥타닥 장작불에서 검게 볶아지는 시간, 내가 볶은 원두로 조심스레 드립을 해서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 가마솥에서 백숙이 익기까지의 시간...
모든 시간은 평소와는 정반대의 느림으로 흘러갔다. 빨리 익어라, 하며 발을 동동 팔을 휘휘 젓다가도 지나고 보니 라면 한 그릇, 커피 한 잔의 일상적인 음식을 자연(나무)을 도구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새롭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천천히, 가만히, 조용하고 고요하게 일상을 들여다보는 태도를 경험했다.
해가 진 캄캄한 저녁, 활활 타오르는 장작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것도, 숙소 안이 훈훈하도록 장작 난로를 지피던 것도 자연에서 얻는 게 얼마나 많은지 새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텃밭에서 난 재료들도 정갈하게 차려주신 밥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나를 알아가는 곳이라는 이름의 '아지터'에서 나를 닮은 도마를 만들었다. 우드파파의 설명을 들으며 나무의 종류를 살피고 고르는 것에서부터 모양을 구상하고 자르고 다듬고 오일 마감을 하는 것까지. 내 손으로 도마를 만드는 과정이 꽤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무로 시작해 나무로 끝난 하루의 경험이 또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날 문득, 평안과 위로를 줄 거라 믿는다. 삶의 속도를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살피고 싶을 때 빨간지붕에서 쉼 프로젝트를 경험해보면 좋겠다. 이 모든 과정이 무료라 더없이 감사하고 충만했지만, 사장님 부부께서 너무 고생하신 건 아닌가 부담된 부분도 있어 참여자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일과 육아로 지친 일상에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이왕이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단절된 시기, 그런 나에게 쉼 프로젝트는 선물 같은 기회였다.
신청은 진작 했지만 일정을 앞두고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라 취소되는 게 아닌지, 1박을 하는 건데 참여해도 되는 건지 우려가 되었다.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는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참가인원을 다섯 명으로 축소하고, 참여자와 진행자 전원 모두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전원 음성이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소수의 인원만 참여한 쉼 프로젝트. 나를 제외하곤 전부 20대 여자 청년들이었는데 그들의 밝음에 일상의 걱정이나 고민을 내려놓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빨간지붕 프로그램 일정은 '쉼'을 주제로, '나무'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느슨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누리게끔 세심하게 일정을 짠 정성과 진심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우리를 환대로, 체험프로그램은 물론 먹는 것과 자는 곳 모두 배려해주신 빨간지붕 사장님들 덕분에 더 편한 1박2일을 보냈다.
첫 프로그램으로 마을 이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눈 쌓인 성황림 숲체험을 했다. 성황제 때 한 번 이곳을 온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오래 사시며 숲해설가로도 활동하는 이장님의 설명을 통해 성황림의 나무와 풀, 동물, 궁예의 주둔지였다는 역사적 이야기 등을 알게 되니 신비의 숲 성황림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에서 짧게나마 서로의 등을 기대고 명상한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빨간지붕에서 준비해준 점심식사와 티타임, 저녁식사 등은 모두 장작불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뤄졌다. 장작에 불을 피우고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물이 끓고 라면이 익기까지의 시간, 도시락이 데워지는 시간, 푸릇한 커피콩이 타닥타닥 장작불에서 검게 볶아지는 시간, 내가 볶은 원두로 조심스레 드립을 해서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 가마솥에서 백숙이 익기까지의 시간...
모든 시간은 평소와는 정반대의 느림으로 흘러갔다. 빨리 익어라, 하며 발을 동동 팔을 휘휘 젓다가도 지나고 보니 라면 한 그릇, 커피 한 잔의 일상적인 음식을 자연(나무)을 도구 삼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새롭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천천히, 가만히, 조용하고 고요하게 일상을 들여다보는 태도를 경험했다.
해가 진 캄캄한 저녁, 활활 타오르는 장작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것도, 숙소 안이 훈훈하도록 장작 난로를 지피던 것도 자연에서 얻는 게 얼마나 많은지 새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텃밭에서 난 재료들도 정갈하게 차려주신 밥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나를 알아가는 곳이라는 이름의 '아지터'에서 나를 닮은 도마를 만들었다. 우드파파의 설명을 들으며 나무의 종류를 살피고 고르는 것에서부터 모양을 구상하고 자르고 다듬고 오일 마감을 하는 것까지. 내 손으로 도마를 만드는 과정이 꽤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무로 시작해 나무로 끝난 하루의 경험이 또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날 문득, 평안과 위로를 줄 거라 믿는다. 삶의 속도를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살피고 싶을 때 빨간지붕에서 쉼 프로젝트를 경험해보면 좋겠다. 이 모든 과정이 무료라 더없이 감사하고 충만했지만, 사장님 부부께서 너무 고생하신 건 아닌가 부담된 부분도 있어 참여자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