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어린 극장 하나쯤 지켜주는 도시에 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으로 아카데미 극장이 다시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도시 원주에는 '아카데미'라는 단관극장이 있습니다. 1963년 여름부터 2006년 봄까지 원주 시민들의 삶과 함께 했었지요. 그런데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한 단관극장인 이곳이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높고 화려한 빌딩으로 변하는 일이 드문 일도 아니지만 오늘은 궁금해집니다.
이 곳이 사라진다면 해리포터도 보고, 학예회도 하고, 첫사랑과 첫 데이트도 했던 우리 40년의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아카데미 극장을 살리는 일이 원주시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원주시민들은 '아카데미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을까요?
우리 도시가 아카데미 극장을 아끼고 보존해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아카데미 극장은 모든 세대를 포괄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가 보편적 문화향유의 방법이기에',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추억을 가진 시민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닙니다.
단관극장에서 영화감상으로 첫 취미생활을 시작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멀리서도 찾아올만한 추억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저만 해도 단관극장의 풍경 안에서 영화에 빠져 있던 학생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고향에서 300㎞ 떨어진 도시에서 그때의 기억이 소환되는 순간, 아카데미극장은 저에게 원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가장 호기심을 가질 사람들은 10대와 20대입니다. 단관극장의 경험이 없는 그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새롭고 유니크한 놀이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영화인들에게, 멀티플랙스가 식상한 커플들에게, 재래시장 손님들에게, 원주천 산책과 함께 문화생활도 한번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원주에 놀거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문화 감수성을 자극하는 원주만의 독특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주에 여행자가 많이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기를 원한다면 아카데미극장은 매력적인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강원도관광재단이 2월 2일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주는 강원도 방문 관광객 선호 도시 2위에 올랐습니다. 간현관광지, 뮤지엄 산, 치악산 둘레길 등이 많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최근 관광 추세는 보고 즐기는 관광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관광으로, 사람, 장소, 참여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 관광으로 변했습니다. 강원도 방문 관광객 선호 도시 1위인 강릉 경포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동선은 다채롭습니다. 바다를 보고 소마굿간이었던 갤러리카페 소집을 가기도 하고, 모던 걸 의상으로 갈아입고 명주 나들이 코스를 따라가기도 합니다.
미술관도 가고, 햇살박물관도 가고, 정동진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해안선과 원도심을 오고가며, 크고 작은 문화적 경험을 다채롭게 연결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강릉을 즐깁니다. 원주는 어떨까요? 간현관광지, 뮤지엄 산, 치악산 둘레길 사이를 다채롭게 채워 줄 원주만이 가진 장소성과 정체성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작년 가을에 문화도시 원주는 '2020 문화도시 원주 팸투어 가을방학'을 진행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소금산 출렁다리, 성황림마을, 토지문화관, 문아리공간5.3, 아카데미 극장 등 원주 곳곳의 의미 있는 공간을 둘러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소감이 원주관광정책과 아카데미 극장 보존의 중요성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되어 몇 분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원주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문화들이 남아있던 곳이였고, 또 그 문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계속 예전 것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뉴트로의 느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극장에서 물건과 방을 보고 마지막으로 찰리채플린 영화를 보는 게 인상 깊습니다.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다 좋았지만 용소막성당과 아카데미 극장, 성황림이 아주 좋았어요. 그중에 아카데미 극장은 예전 추억이 되살아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소여서 특히 좋았습니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도시로서의 품격과 미래세대를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극장은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덜 누리던 시절,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시민들의 이야기가 40년이 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민의 이야기는 힘이 셉니다. 수많은 시민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축적된 공간은 과연 어떤 힘을 가졌을까요?
이러한 힘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나가는 문화도시 원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어린 극장 하나쯤 지켜주는 도시에 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으로 아카데미 극장이 다시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817]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으로 아카데미 극장이 다시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도시 원주에는 '아카데미'라는 단관극장이 있습니다. 1963년 여름부터 2006년 봄까지 원주 시민들의 삶과 함께 했었지요. 그런데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한 단관극장인 이곳이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높고 화려한 빌딩으로 변하는 일이 드문 일도 아니지만 오늘은 궁금해집니다.
이 곳이 사라진다면 해리포터도 보고, 학예회도 하고, 첫사랑과 첫 데이트도 했던 우리 40년의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아카데미 극장을 살리는 일이 원주시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원주시민들은 '아카데미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을까요?
우리 도시가 아카데미 극장을 아끼고 보존해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아카데미 극장은 모든 세대를 포괄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가 보편적 문화향유의 방법이기에',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추억을 가진 시민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닙니다.
단관극장에서 영화감상으로 첫 취미생활을 시작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멀리서도 찾아올만한 추억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저만 해도 단관극장의 풍경 안에서 영화에 빠져 있던 학생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고향에서 300㎞ 떨어진 도시에서 그때의 기억이 소환되는 순간, 아카데미극장은 저에게 원주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가장 호기심을 가질 사람들은 10대와 20대입니다. 단관극장의 경험이 없는 그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새롭고 유니크한 놀이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영화인들에게, 멀티플랙스가 식상한 커플들에게, 재래시장 손님들에게, 원주천 산책과 함께 문화생활도 한번에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원주에 놀거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아카데미 극장은 문화 감수성을 자극하는 원주만의 독특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주에 여행자가 많이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기를 원한다면 아카데미극장은 매력적인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강원도관광재단이 2월 2일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주는 강원도 방문 관광객 선호 도시 2위에 올랐습니다. 간현관광지, 뮤지엄 산, 치악산 둘레길 등이 많이 떠오르실 것입니다.
최근 관광 추세는 보고 즐기는 관광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관광으로, 사람, 장소, 참여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 관광으로 변했습니다. 강원도 방문 관광객 선호 도시 1위인 강릉 경포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동선은 다채롭습니다. 바다를 보고 소마굿간이었던 갤러리카페 소집을 가기도 하고, 모던 걸 의상으로 갈아입고 명주 나들이 코스를 따라가기도 합니다.
미술관도 가고, 햇살박물관도 가고, 정동진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해안선과 원도심을 오고가며, 크고 작은 문화적 경험을 다채롭게 연결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강릉을 즐깁니다. 원주는 어떨까요? 간현관광지, 뮤지엄 산, 치악산 둘레길 사이를 다채롭게 채워 줄 원주만이 가진 장소성과 정체성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작년 가을에 문화도시 원주는 '2020 문화도시 원주 팸투어 가을방학'을 진행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소금산 출렁다리, 성황림마을, 토지문화관, 문아리공간5.3, 아카데미 극장 등 원주 곳곳의 의미 있는 공간을 둘러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소감이 원주관광정책과 아카데미 극장 보존의 중요성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되어 몇 분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원주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문화들이 남아있던 곳이였고, 또 그 문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계속 예전 것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뉴트로의 느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극장에서 물건과 방을 보고 마지막으로 찰리채플린 영화를 보는 게 인상 깊습니다.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다 좋았지만 용소막성당과 아카데미 극장, 성황림이 아주 좋았어요. 그중에 아카데미 극장은 예전 추억이 되살아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소여서 특히 좋았습니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도시로서의 품격과 미래세대를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극장은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덜 누리던 시절,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시민들의 이야기가 40년이 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민의 이야기는 힘이 셉니다. 수많은 시민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축적된 공간은 과연 어떤 힘을 가졌을까요?
이러한 힘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나가는 문화도시 원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어린 극장 하나쯤 지켜주는 도시에 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으로 아카데미 극장이 다시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선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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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