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0일, 뜨겁고도 습한 여름날, 옛 원주여고 진달래관과 처음 마주했다. 당시 4년간 닫혀있던 이 공간은 원주에서 오랫동안 자리했던 지역의 명문학교로서 현재는 비어져 있는 공간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미 있는 장소라고 소개받았다.
당시의 나는 비어져 있는 진달래관에 '원주 그림책 시즌2'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보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풀에 덮인 옛 원주여고의 전경과 세월의 흔적을 지닌 건물과 같이 표피적인 모습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진달래관의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어떻게 전시를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눈앞에 과제로 여겨졌다.
작업을 의뢰받고 지역을 찾는 외부 전문가들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지역의 공간과 장소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전달받은 정보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장소의 가치, 장소성을 깊이 공감하기에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서늘한 가을이 되기까지 이 공간에서 작업을 하며 사람들이 다시 찾고 다시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지역 사람들의 많은 감정, 기억들이 이 공간에 닿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날 즈음에는 이 공간이 가진 그들의 장소에 대한 감정이 흥미롭고 공감되기 시작했다.
공간을 이해하고 나니 이 공간이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수많은 공간 중 하나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가진 공간이 되길 바랐다. 화려함과 세련됨이 아닌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 그리고 '누가'라는 한 사람의 손길이 아닌 '사람들, 시민들에 의해'라는 수식어를 앞에 둔 진정성 있는 공간이 된다면 세상에 또 하나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진달래관은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해인 2018년에 다시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발길을 넘어 손길도 닿게 되었다. 진달래관은 더 이상 문이 닫힌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언제 우리가 다시 갈 수 있을까'라는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설레는 공간이 되었고 사람들의 손길, 발길, 이야기를 통해 사람도 공간도 문화도 함께 조금씩 성장하는 장소가 되었다.
진달래관은 '쓰임을 통해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는 생각과 방식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것을 토대로 원주의 다양한 공간과 장소에도 새로운 문화적 모습을 만들어 왔다. (구)원주지방법원, 캠프롱, 학성동, 댄싱공연장 등 그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 진달래관이었고 이제 잔달래관은 진달래홀로 그 두 번째 발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새롭게 시작하는 진달래관은 '도시는 시민을 키우고 시민은 도시를 변화시킨다'라는 또 하나의 가치를 쌓아가고자 한다. 전시, 공연, 강연과 같이 하나의 장르를 위한 목적이 아닌 위에 언급된 가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그러한 활동을 담는 포용적인 넓은 홀(Hall), 그리고 모두(Whole)를 위한 공간, 진달래홀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김병재 어반마이너 대표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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